무관의 제왕 (KING WITHOUT A CROWN)
“사상자 불명이라…있는지 없는지 라도 확실히 해줬음 하는데…그치? 사상자가 안 나오면 중계를 하기도 애매하잖아.” 세상의 여론을 만들어내고, 주도하며 때론 조작하기도 하는, ‘제 4의 권력’이라고도 불리는 미디어산업, 해마다 선거철이면 그들이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
2008-04-30
석재정
“사상자 불명이라…있는지 없는지 라도 확실히 해줬음 하는데…그치? 사상자가 안 나오면 중계를 하기도 애매하잖아.” 세상의 여론을 만들어내고, 주도하며 때론 조작하기도 하는, ‘제 4의 권력’이라고도 불리는 미디어산업, 해마다 선거철이면 그들이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권력구조가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하고, 사건의 숨겨진 이면을 조작하여 파렴치범이 세상의 동정을 사기도 하는 어이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질 정도로, 현대사회에서 매스미디어가 갖는 힘은 정말 “막강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무관의 제왕”은 이런 미디어 산업의 내부에 세밀한 카메라를 들이대듯, 아주 리얼하고 세심하게 ‘방송’의 이면을 파헤쳐주는 전문소재 만화다. 학력도, 빽도 없는 ‘멍청이’라는 별명을 가진, 폭주족 출신의 열혈 청년 헤이조가 우연한 계기로 방송국 AD로 입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로 전문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본 만화 산업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는 양질의 작품이라 하겠다. “좋았어! 다시 분위기 좋아졌어! 현장 영상은 우리 독점이지! 그치? 오케! 아 ~ 좀 더 죽어주면 안 되나? 승객 중에 사망자 없나 ~?” , “무슨 죄 받을 소릴 하십니까, 상황으로 봐서 더 이상 사망자는 안 나와요, 이렇게 된 이상…승용차 운전자는…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아 주면 딱 이겠군요.” “무관의 제왕”은 매우 사실적이다.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어떠한 시스템으로 제작하고, 어떠한 기준으로 편성하여, 어떠한 의도로 포장해서 시청자들에게 내보낼 것인가?’ 에 대한 아주 잘 만들어진 상황극 같다. 사실 미디어도 산업이기 때문에 ‘시청률’이라는 수익에 관련된 문제와 ‘보도’라는 저널리즘에 관련된 문제 사이에서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광고가 많이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너무 수익만을 의식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공공성을 상실하거나 권력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커진다. 정작 중요한 구성원간의 ‘소통’은 사라지고 쓸데없이 규모만 커진,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언론이 공공성을 상실하면 어떤 현상이 오는지를 우리는 지난 50여 년간의 현대사에서 충분히 학습해왔다. “무관의 제왕”은 방송산업이 어떤 식으로 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는지, 어떤 식으로 균형관계를 유지하는지에 대해서, 아주 적나라하고 치밀하게 보여준다. 매 단락이 끝날 때마다 문답식으로 구성된 방송산업에 대한 “Q & A”리포트도 아주 충실한데,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이런 류의 전문 소재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께 강력 추천한다. “언론이라는 건, 사법, 입법, 행정…이런 행정기관은 아니지만 커다란 힘이 있지…그래서 ‘제 4의 권력’이라고 불려, 난 그것보단 다른 별명을 더 좋아하지만… 무관의 제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