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노란구미의 돈까스 취업

“대학생활을 1년 남긴 4학년 학생들 대부분의 심정은 ‘취업하고 싶어!’나 ‘취업해야 돼?’가 아니라 ‘취업이 될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일본 이야기”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 정구미는 아버지는 제일교포 2세, 어머니는 한국사람인 ‘재일교포 2...

2008-04-24 석재정
“대학생활을 1년 남긴 4학년 학생들 대부분의 심정은 ‘취업하고 싶어!’나 ‘취업해야 돼?’가 아니라 ‘취업이 될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일본 이야기”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 정구미는 아버지는 제일교포 2세, 어머니는 한국사람인 ‘재일교포 2.5세’다. 교포사회에서 자란 아버지와 한국 사회에서 자란 어머니 사이에서 두 개의 문화를 만난 저자는 결국 한국유학을 결심,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하여 재일교포 2.5세의 눈으로 본 한국 생활을 재미있게 만화로 표현, 인터넷상에 연재하면서 많은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돈까스 취업”은 “한국 일본 이야기”, 여행서 “오사카 고베 교토”에 이은 세 번째 단행본으로, 작가가 대학 졸업반이 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고단하고 활기찬 일상을 차분하게 담아낸 책이다. “난 한국말만 잘하면 한국사람이 되는 줄 알았어, 하지만 문화부터 이해해야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 첫 번째 단행본 “한국 일본 이야기”가 ‘유학만화’였다면 “돈까스 취업”은 제목 그대로 ‘취업만화’다. 아무래도 같은 인물의 같은 이야기다 보니 에피소드의 참신함은 “한국 일본 이야기”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순수한 픽션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과 경험을 주축으로 한 일종의 논픽션 북이다 보니 만화적 재미는 그리 훌륭하지 않다. 그러나 원래부터 정구미의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양국의 문화를 모두 경험하며 자란 한 여학생의 좌충우돌 한국 생활 적응기에 흥미를 가졌던 것이기 때문에 이 만화의 ‘만화적 재미’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요즘 유행하는 ‘취업 가이드 북’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 만화를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인 것 같다. “난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게 아니야, 나를 필요로 하는 직장을 원하는 거야, 있을 거야, 성적이 아닌 ‘나’를 원하는 그런 직장이” 재일교포 2세든, 한국 토종 대학생이든, 일본 사람이든 간에 자기 자신을 책임질 시기가 되면 누구나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문제, ‘난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할까?’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취업은 절실한 문제다. ‘자기 밥벌이는 자기 손으로’, ‘내 두 발로 당당히 걸어가는 세상’ 등등 완전한 인간은 아닐지라도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자신의 직업을 갖는 거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 자유로운 인간은 아주 극소수다. 그러나 이 만화의 “c학점”이라는 에피소드에 보면 ‘우리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서 취직을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 먼저여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