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QUINTA CAMERA (라 퀸다 카메라)
“이런 점을 동경했었어, 자유롭고, 느긋하고, 따뜻한 분위기.” 옴니버스(omnibus)라 함은 본디 ‘합승마차 •합승자동차’라는 뜻의 단어지만 이것이 문학이나 영화, 연극 등 예술장르에 적용될 경우,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
2008-04-02
유호연
“이런 점을 동경했었어, 자유롭고, 느긋하고, 따뜻한 분위기.” 옴니버스(omnibus)라 함은 본디 ‘합승마차 •합승자동차’라는 뜻의 단어지만 이것이 문학이나 영화, 연극 등 예술장르에 적용될 경우,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든 것을 뜻하며 ‘복합’, ‘엮음’으로 순화해서 쓰기도 한다. 옴니버스식 구성을 따르는 작품은 그 작가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내는 구성방식으로 이야기되곤 하는데, 하나의 통일된 주제나 분위기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주 효과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녀와 함께 하면서 즐거웠던 기억까지 전부 잊고 싶어? …..아니….그럼 추억으로 남겨둬도 괜찮아.” “not simple”, “납치사 고요”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일본 만화계의 신성(新星)’, ‘일본 만화계의 화두(話頭)’ 등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나타난 천재 작가 오노 나츠메의 ‘라 퀸타 카메라(La Quinta Camera)’는 ‘5번째 방’이라는 뜻으로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중년의 남자 넷이 같이 사는, 방이 다섯 개인 아파트를 무대로 펼쳐지는, 따뜻하고 때론 눈부신 지중해의 풍경 같은 느낌의 잔잔한 이야기다. 작가인 오노 나츠메는 데뷔 전 이탈리아에서 어학연수를 했다는데 ‘라 퀸타 카메라(La Quinta Camera)’에는 그 당시의 자전적인 경험이 작품 속에서 아주 잘 녹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섯 번째 방에는 각양각색의 유학생들이 다녀가서 정말로 즐거웠어요, 새로운 생활도 기대되지만 지금의 생활이 이번 달로 끝이라 생각하면 역시 쓸쓸해져요.” 바를 경영하는 주인 마시모는 혼자인 걸 싫어해서 동거인을 하나 둘씩 들여놓았다. 피리를 부는 루카가 들어오고, 약간 괴팍한 만화가 체레가 들어오고, 트럭을 운전하는 알이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 방은 학교와 계약을 해서 숙소가 필요한 유학생을 소개받는다. ‘라 퀸타 카메라(La Quinta Camera)’는 5번째 방에 들어오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 각자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기존의 네 남자의 일상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흘러가는 일종의 ‘일상물’이라 할 수 있다. 오노 나츠메의 작품에는 무언가 따뜻하고 여유로운, 아주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작가의 바램이 항상 느껴지곤 하는데 아마도 그것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 바로 이 ‘라 퀸타 카메라(La Quinta Camera)’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의 구성도 아주 빼어나고 결코 중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분위기와 주변의 풍경만으로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다 표현해내는 이 ‘여유로운 천재’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지중해의 여유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