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꿈을
“좋겠다… 만화 따위에 행복해질 수 있어서”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젬병이고, 좋아하는 여자는 있지만 친구의 애인이고, 얼굴은 여드름투성이에 모든 것에 있어 자신감 제로인 고등학생 타다노…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있다면 만화 그리기요, 그가 유일하게 행복한 시...
2008-04-01
유호연
“좋겠다… 만화 따위에 행복해질 수 있어서”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젬병이고, 좋아하는 여자는 있지만 친구의 애인이고, 얼굴은 여드름투성이에 모든 것에 있어 자신감 제로인 고등학생 타다노…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있다면 만화 그리기요, 그가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이 있다면 만화책을 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상할 때다. 항상 학교 옥상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어떻게 하면 만화가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 하라 히데노리의 “언제나 꿈을”을 소개한다. “만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청춘 만화의 일인자’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작가 하라 히데노리는 “내 집으로 와요”, “썸데이”, “겨울이야기” 등의 대표작에서 미묘한 연인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리얼하게 표현해내면서 독자들의 가슴 한 구석을 먹먹하게 하는 탁월한 심리묘사의 기법을 보여주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구성한 세세한 칸 나누기와 눈동자의 미묘한 방향 차이만으로도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해내는 그 탁월한 묘사의 재능은 수많은 애독자들을 양산해냈고 하라 히데노리라는 작가의 이름을 만화계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단순히 심리묘사만 잘 해내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스포츠물, 로맨스물, 일상물, 성장물 등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것이 어떤 이야기일지라도 자신만의 색깔을 가미할 줄 아는 능력이 있기에 수많은 팬들은 그의 작품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항상 자신의 꿈과 사랑, 현재의 생활에 고민하고 있기에 현실적이며, 현실에 발을 붙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줄 알기 때문에 로맨틱한 것이다. “언제나 꿈을”도 이러한 하라 히데노리의 연장선에 위치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타다노가 가슴 아픈 짝사랑을 극복하고 사회에서 힘들게 적응해나가며 자신을 도와주는 편집자를 만나 만화가로 데뷔해 나가는 일종의 성장물인 셈인데 총 여섯 권으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는 혹시 하라 히데노리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일본 만화산업계의 모든 것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계없어, 아무리 싫은 녀석이라도 만화만 재미있으면 되는 거야, 그리는 녀석의 인간성 같은 건 이 세계에선 관계없어.” 이 작품엔 사랑, 꿈, 현실, 고난, 막막함, 인연, 라이벌 등 청춘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만화가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한 젊은이의 꿋꿋한 모습은 읽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곤 하는데 작품의 맨 마지막, 자신의 연인이 겪은 끔찍한 이야기를 자신의 만화 소재로 삼으며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꿈과 자신의 사랑이 양립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 처절한 아픔을 대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