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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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의 복음 (The One Pound Gospel)

아주 재미있는 만화가 연재 중단이 되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하물며 최고의 재미를 보장해 주는 작가 ‘여왕’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소학관에서 발행하는 ‘영선데이’에 부정기적으로 실리던 ‘1파운드의 복음’은 현재 종결이 나...

2008-03-31 석재정
아주 재미있는 만화가 연재 중단이 되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하물며 최고의 재미를 보장해 주는 작가 ‘여왕’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소학관에서 발행하는 ‘영선데이’에 부정기적으로 실리던 ‘1파운드의 복음’은 현재 종결이 나지 않은 상태로 연재가 중단되었다. 단행본은 한국판으로 3권(서울문화사)까지 나와있으며 일찌감치 절판되어 지금은 구하기조차 힘든 희귀본이 되었다. 작품의 주 내용은 배고픔을 못 이겨 번번히 감량에 실패하고 마는 순수청년 권투선수 코사쿠와 엉뚱하지만 마음만은 비단결인 견습수녀 안젤라가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로 타카하시 루미코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넘쳐나는 매우 유쾌한 작품이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세계는 장르를 불문하고 재미와 감동, 웃음이 보장된다는 특색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하다. ‘1파운드의 복음’이란 코사쿠의 몸무게 1파운드만큼의 축복을 뜻하는 것으로 견습수녀 안젤라가 오로지 권투와 맛있는 음식밖에 모르는 코사쿠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과 행동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일종의 러브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안젤라 수녀가 코사쿠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신앙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루미코식 코미디’로 기가 막히게 풀어낸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코사쿠와 안젤라 외에도 루미코의 작품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조연들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매일매일 코사쿠의 식탐을 감시하며 스트레스 과다로 쓰러지기 직전인 체육관 관장 코다, 코사쿠의 재능과 바보짓 사이에서 항상 갈등하는 이시다 코치, 로드웍 중에 불시의 습격을 당해 코사쿠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아마쿠사 지로, 4회전 짜리 복서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해 은퇴 위기에 몰려있는 오니마루, 코사쿠의 프로테스트 때 방심했다가 이빨과 명예를 모두 잃은 마쓰자카 타로, 실력과 엄청난 인상에 비해 너무나 마음이 약하고 겁 많은 쿠르스, 독특한 취향으로 애인을 괴롭히다 코사쿠에게 질투를 불태우는 열혈남 야샤마루 등등 그 성격과 행동만으로도 보는 이를 뒤로 자빠지게 하는 막강 조연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해 이야기를 탄력 있게 이끌어간다. 이런 좌충우돌 코미디야 말로 타카하시 루미코의 특기이자 장점인데 ‘만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절대 명제를 우리에게 상기시켜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일본 현지에서는 2008년 1분기에 동명의 드라마로 편성되어 방영을 개시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kat-tun’의 멤버 카메나시 카즈야가 코사쿠역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으며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루미코 여사의 작품 중 제일 아쉬운 작품으로 하루 빨리 연재가 재개되어 완결편을 보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