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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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깜짝 놀랄만한 상품을 소개해 드릴께요, [입시 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 입학권] 딴 설명 안 드릴게요, 이 학교는 전국에서 대학을 제일 많이 보내는 학교입니다. 역시 고등학교는 진학율이죠~, 입시에 관계없는 형식적으로 해 오던 모든...

2008-03-28 석재정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깜짝 놀랄만한 상품을 소개해 드릴께요, [입시 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 입학권] 딴 설명 안 드릴게요, 이 학교는 전국에서 대학을 제일 많이 보내는 학교입니다. 역시 고등학교는 진학율이죠~, 입시에 관계없는 형식적으로 해 오던 모든 군더더기 교육을 쫙~~ 뺌으로써 교육계의 몸짱이라 할 수 있죠, 게다가 지금 신청하시면 120만 원짜리 명품 죠르죠 교복 세트를 40만원에!!! 이게 끝이 아닙니다!!! 3년 간 책 걸상 무료대여의 혜택까지!!! 지금 신청하세요! 1234-0505(공부공부)” 요즘 들어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회문제는 바로 ‘교육’이다. 사교육, 공교육을 가리지 않고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협하며 평범한 부모들을 빚쟁이로 만들고, 아이들에게는 청소년기부터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가치를 심어주면서 부의 양극화까지 불러 일으키는 이 무서운 대한민국의 교육병은 이제 정부까지 나서서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평범한 이들이 사회의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선 유일한 대안이 교육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요즘의 교육병과 관련된 이런 세태는 정말 눈뜨고 봐주기 힘들 지경까지 온 것 같다. 바로 이런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 정면으로 비틀기를 시도하며 만인에게 통쾌하지만 씁쓸한 웃음을 던져주는 재미있는 만화를 한 편 소개하고자 한다. 김규삼 작가가 2006년 1월부터 현재까지 네이버 웹툰 코너에 연재해오고 있는 인기작 “입시 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 다. “우리 학교는 입시 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 입니다. 교훈은 약육강식, 급훈은 적자생존이지요, 이 유서는 어제 자살한 급우의 것입니다. 내용을 한 번 볼까요?” “입시 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는 절대로 어둡고 칙칙한 리얼리티 넘치는 만화가 아니다. 풍자의 도를 넘어서서 가치의 전복을 꾀하는 작가의 기발한 발상이 읽는 이를 뒤로 쓰러지게 만드는 엄청나게 웃긴 만화인 것이다. 매일매일 자살을 시도하지만 등교시간만 되면 다시 살아나는 전체 1등 불사조군, 폭력 교사 사천왕 중 한 명이지만 성공한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찾아온다는 수학교사 최선생, 맞거나 불이익을 당하면 회장님 아빠에게 바로 핸드폰을 때리는 얄미운 학생 김영수, 우정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학생들을 다치게 하는 열혈교사 체육선생 이제황,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며 도박, 비리, 부정을 너무나 태연히 일삼는 괴짜 이사장, 우정이 필요한 사춘기 소년 권영빈 등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독자들을 웃겨주는 캐릭터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웹툰을 읽을 때 가장 심란한 점은 작가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모를 정도로 현란하기만 한 그림들의 조합을 보는 것인데 이 작품은 매회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마지막엔 아주 재미있는 반전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서 기인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재들이란 점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거 우리 학교 얘기네’하고 자조 섞인 댓글을 다는 청소년 독자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