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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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 란마 1/2 (Ranma 1/2)

찬물을 뒤집어쓰면 여자로,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면 다시 남자로 변하는 주인공 란마와 겉보기에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무지막지한 완력에 요리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형편없는 음식솜씨를 지닌 여자 아카네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를 다룬 러브코미디 판타지 “란마2/1”은 ...

2008-03-27 유호연
찬물을 뒤집어쓰면 여자로,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면 다시 남자로 변하는 주인공 란마와 겉보기에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무지막지한 완력에 요리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형편없는 음식솜씨를 지닌 여자 아카네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를 다룬 러브코미디 판타지 “란마2/1”은 ‘천재’ 타카하시 루미코의 대표작이다. “이누야샤”, “메종일각”, “1파운드의 복음” 등등 수많은 힛트작을 내놓으며 일본 만화계에 우뚝 선 여류작가 타카하시 루미코는 그 한계가 없는 상상력으로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관록의 작가다. “란마2/1” 역시 그녀의 장기인 코미디와 판타지를 적절히 섞어놓은 수작으로, 커다란 줄거리는 없지만 매 에피소드마다 사람을 웃음의 도가니에 빠트리는 아주 재미있는 만화라 하겠다. 특히나 이 작품에서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독자들을 웃겨주고 있는데 그 캐릭터 창작의 원천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설의 수행장 “주천향”이다. 중국의 어느 오지에 있다는 ‘주천향’은 각 연못마다 사연이 담긴 공포의 수행장이다. 주인공인 란마의 경우 처녀가 빠져 죽었다는 샘에 빠져 여자와 남자의 삶을 엎치락뒤치락 오가게 되었고 란마의 아버지 역시 팬더가 빠져 죽었다는 샘에 빠져 찬물을 뒤집어 쓰면 팬더로, 더운 물을 뒤집어 쓰면 본 모습으로 변한다. 이 ‘주천향’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수도 없이 많은 캐릭터들이 매 권마다 등장한다. 전설적인 방향치이자 철권의 소유자 료가는 돼지로 변하고, 란마와 어린 시절 약혼했다는 샴푸는 고양이로, 샴푸를 짝사랑해 란마에게 전투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지독한 근시 무스는 오리로 변한다. 나중엔 여러 개의 연못에 한꺼번에 빠져 동시에 세 가지의 동물이 섞여있는 괴물로 변하는 ‘스타킹 보이’까지 등장한다. ‘주천향’에 빠지지 않았어도 그 자체의 개성과 사연만으로도 독자들을 자빠지게 만드는 캐릭터들도 많다. 란마네 식구에게 속아 오코노미야끼 포장마차를 날려버린 오코노미야끼 달인 우쿄, 검술의 달인이지만 하는 짓이 어린애 수준인 변태 쿠노, 란마의 아버지와 아카네 아버지의 스승이자 여자들의 속옷만 보면 훔쳐대는 핫포사이 등등 행동거지와 개성만으로 따지면 ‘주천향파’ 캐릭터들을 압도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란마2/1”은 중반부를 넘어서면 ‘무차별 격투’를 컨셉으로, 수도 없이 많이 등장한 캐릭터들이 엎치락 뒤치락 좌충우돌 벌이는 정신 없는 소동들이 만화의 주를 이룬다. 다소 산만하고 유치해 보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루미코 여사는 절대로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녀만의 즐거운 판타지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