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시소게임

“그 날…. 왜 난 야밤 런닝을 시작했던 걸까…. 돌이켜보면 그 때부터 난….” “겨울 이야기”, “내 집으로 와요”, “썸데이”, “그래, 하자” 등 수많은 힛트작을 발표하며 ‘청춘만화의 일인자’라는 칭호를 얻은 인기 작가 하라 히데노리는 어떤 면에서는 다카하시...

2008-03-26 석재정
“그 날…. 왜 난 야밤 런닝을 시작했던 걸까…. 돌이켜보면 그 때부터 난….” “겨울 이야기”, “내 집으로 와요”, “썸데이”, “그래, 하자” 등 수많은 힛트작을 발표하며 ‘청춘만화의 일인자’라는 칭호를 얻은 인기 작가 하라 히데노리는 어떤 면에서는 다카하시 루미코와 어떤 때에는 아다치 미츠루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그리 쉽사리 엮어지지 않는 이유는…그렇습니다…그녀는 자이언츠 팬…그리고 난 안티 자이언츠….” 하라 히데노리가 ‘여왕’ 타카하시 루미코와 비교되는 이유는 장르를 불문하고 넘나드는 소재의 확장성과 뜬금없이 배치되어 사람을 웃기는 유머감각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재의 확장성, 또는 영역의 무한함은 타카하시 루미코가 단연 압도적이고 유머감각도 한참이나 높은 수준이지만 하라 히데노리의 장르선택과 유머감각도 크게 뒤지진 않는다. 다만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은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그는 결코 환상의 세계 속에 주인공들을 살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라의 작품은 “씁쓸한 웃음”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국 그 녀석의 웃음이 멎질 않아 영화는 함께 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그 녀석과의 첫 데이트쯤 될랑가 몰라…” 아다치 미츠루와 하라 히데노리의 차이점은 단 하나다. 아다치 미츠루는 로맨티스트고 하라 히데노리는 현실주의자다. 둘 다 삼각관계를 단골로 써먹는 작가들이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주인공들은 아련한 슬픔을 바탕에 깔고 조심스럽게 결승점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하라 히데노리의 주인공들은 표현만큼은 알콩달콩 할지라도 같은 지점을 함께 바라볼 수 없는 평행선 같은 관계가 만남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 (이것은 대표작들만 놓고 평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 녀석은 도쿄로 떠났다…날 남겨두고….” 여기에 소개하는 “시소게임”은 하라 히데노리의 실패작 중 하나로 두 권으로 이루어진 짧은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하라 히데노리 작품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과 “프리킥”같은 것은 하라 히데노리의 팬으로써 솔직히 실망스럽기만 하다. 물론 대작가라 해서 항상 모든 작품의 품질이 다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자이언츠 팬인 여학생과 안티 자이언츠 팬인 남학생과의 러브 코미디를 기획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인기가 없었는지,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는지 몰라도 갑작스럽게 두 권으로 끝을 맺은 것을 보면 작가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나 보다. 하라의 팬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