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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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순정

“난 이제 조직 일에서 손 씻었다… 과거 일 같은 거 아무 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15 년 전 사건도 말이야… 경찰한테도 절대 말하지 않을 거고 난 그저 내 식구들이 안전하길 바랄 뿐이다.” 파란닷컴의 카툰 코너에 “삼봉 이발소”라는 매우 독특한 웹툰을 선보이...

2008-03-25 유호연
“난 이제 조직 일에서 손 씻었다… 과거 일 같은 거 아무 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15 년 전 사건도 말이야… 경찰한테도 절대 말하지 않을 거고 난 그저 내 식구들이 안전하길 바랄 뿐이다.” 파란닷컴의 카툰 코너에 “삼봉 이발소”라는 매우 독특한 웹툰을 선보이면서 매회 조회수 30만 건 이상을 기록한 신인작가 하일권이 요즘 문화산업의 대세라는 미디어믹스와 OSMU의 붐에 발맞추어 신작을 내놓았다. 스포츠 조선과 코믹타운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웹진에 연재를 시작한 “보스의 순정”은 드라마로 제작될 콘텐츠를 만화로 미리 바꾸어 연재하고 추후 나올 드라마와 출판물에 대한 기대치와 시장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각각 만화와 드라마의 기획사들이 프로모션의 주체가 되어 작품을 기획, 제작, 유통하고 있으며 단행본은 대원에서 나왔다. 만화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닐 정도로 시장은 매우 극심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이렇게 시장경로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개발노력을 하는 신인작가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강해져라….소은아…” 전작인 ‘삼봉이발소’에서도 보여주었듯 하일권은 요즘 세대 작가들답지 않게 스토리텔링 능력이 상당하다. 일단 소재 선택이 매우 독특하고 그 독특한 소재를 만화로 바꾸어 이야기를 각색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모니터에 맞는 서정적인 연출 실력과 예쁘고 감수성 넘치는 그림까지 받쳐주는 오랜만의 A급 신인이다. 세종대학교 만화 애니메이션과 출신이라는데 오랫동안의 투자가 드디어 이런 좋은 작가들을 서서히 세상에 배출해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아마…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내가 이 남자를 위해서라면…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게…말이다…” 전작인 “삼봉이발소”만큼의 참신함은 없지만 드라마 대본을 만화로 바꾼 것치고는 꽤 훌륭하다. 본시 각색이란 작가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면이 있어 기대 이하의 졸작으로 나올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아주 적절한 리듬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조직 생활을 하다 교도소에 가게 되면서 15년 동안 자신의 아내와 딸을 만나지 못했던 한 남자가 아내마저 죽고 가족이라고는 오직 딸 하나 남은 상황에서 출소, 손을 씻고 평범한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인 “보스의 순정”은 자식 앞에 자신이 아빠라고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자신을 형처럼 따르는 건달동생들과 힘을 합쳐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때론 코믹하게, 때론 슬프게 그려내면서 어느덧 사건은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과연 작가는 어떤 결말을 선택할 것인지 마지막 회가 기대되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