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犬夜叉)
“이 것을 내 몸과 함께 태워다오, 두 번 다시- 사악한 자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사혼의 구슬은 내가 저 세상으로 가지고 가겠다.” “란마2/1”, “메종일각”, “1파운드의 복음”, “인어의 숲” 등 인기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천재’, ‘여왕’이라는...
2008-03-24
석재정
“이 것을 내 몸과 함께 태워다오, 두 번 다시- 사악한 자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사혼의 구슬은 내가 저 세상으로 가지고 가겠다.” “란마2/1”, “메종일각”, “1파운드의 복음”, “인어의 숲” 등 인기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천재’,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일본작가 타카하시 루미코의 “이누야샤”는 소학관에서 발행하는 만화잡지 소년선데이에 1997년부터 현재까지 연재되고 있는 판타지 만화다. “그러니 잘 듣거라, 카고메, 이누야샤, 너희 두 사람의 힘으로 사혼의 구슬 조각을 모아 원래대로 만드는 거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세계는 “장르를 불문하고 넘나드는 무한한 상상력”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출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소재가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녀의 가장 큰 능력이라면 바로 이 ‘무한한 영역’일 것인데, 러브코미디, 판타지, 호러 등등 자유자재로 장르를 넘나들면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어느 것 하나 작품성과 상업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작가로서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허영만과 같은 작품 성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 그녀의 작품세계는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기이한 마력을 매 작품마다 발산하고 있다. “이누야샤…하긴 네 주제에는 인간과 어울리는 것이 제격이겠지, 인간같이 비천한 생물을 어미로 둔 반요(半妖)… 일족의 수치다.” “이누야샤”는 현재 단행본 49권(한국판)까지 나와있다. 개와 인간의 모습을 섞어놓은 듯한 요괴 이누야샤는 서국(西國)을 지배했던 개요괴인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반요(半妖)다. 현세의 공간과 이어진 우물을 타고 여중생 카고메가 전국시대로 흘러 들어와 봉인된 이누야샤를 풀어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혼의 구슬’이라는 영물을 놓고 다른 요괴들과 싸움을 벌이던 중 구슬은 산산 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지고 구슬의 사기를 느낄 수 있는 소녀 카고메와 구슬을 찾아 원래대로 만들고자 하는 이누야샤는 여행을 시작한다. 이 만화의 핵심적인 재미는 이누야샤와 카고메를 중심으로 한 사랑 이야기와 여행의 과정 속에 만나게 되어 끈끈한 유대를 갖게 되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있다. 타카하시 루미코답게, 오랜 세월 동안 간단한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가도 전혀 지루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설정의 확장’에 있다. 풍혈의 법사 미로쿠, 요괴 퇴치사 산고, 이누야샤의 형 셋쇼마루, 악의 축 나라쿠, 귀여운 여우요괴 싯포 등 매 권을 거듭할 때마다 동료와 요괴들은 늘어만 가고 이야기는 풍부해지며 재미는 상승한다. 딱 하나 안 좋은 점은, 만화의 주 내용인 사혼의 구슬 조각 찾기가 뒷전으로 밀린다는데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