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옥 단편집 1 울어도 좋습니까?
“그래….그 때의 그 따스한 기억, 결국 인간에게 상처받고 인간에게 위로 받는 것인 것….모두가 자기가 맡은 역할을 가지고 축제를 연 기분이야…감정의 파도 같은 주신제를…” 가끔씩 단편집을 찾게 되는 때는 그 작가의 색깔을 조금 더 확실히 알고 싶어서 일 것이다....
2008-03-04
석재정
“그래….그 때의 그 따스한 기억, 결국 인간에게 상처받고 인간에게 위로 받는 것인 것….모두가 자기가 맡은 역할을 가지고 축제를 연 기분이야…감정의 파도 같은 주신제를…” 가끔씩 단편집을 찾게 되는 때는 그 작가의 색깔을 조금 더 확실히 알고 싶어서 일 것이다. 길고 두꺼운 이야기들을 통해 보여지는 재미와 감동, 색깔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 작가의 감수성을 정면으로 마주 대하게 해주는 것은 역시 단편일 것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부각시키는 것이야 말로 작가의 역량을 떠나 작가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로서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을 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엄마는 어색했던 거다. 엄마도 사랑 받는 게 익숙치 않았던 거다, 어린 딸의 갑작스런 포옹조차 어색할 정도로…그 시대의 사람들이 사랑에 익숙치 못한 만큼…” 강경옥의 단편집 “울어도 좋습니까?”는 총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주신제”는 모두가 취하고 들뜬 나이트클럽에서의 밤에 벌어진 각자의 본능과 엇나간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두 번째 이야기 “따스함의 온도는 몇 도?”는 결혼을 앞둔 직장여성과 그녀의 엄마, 그리고 어색하기만 한 그녀의 애인간에 벌어지는 소통의 부재(不在)를 다루고 있다. 세 번째 단편 “엘리스의 티타임”은 언제까지나 아이로만 있고 싶은 한 소녀가 여자가 되어가며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뜨는 순간을 절묘하게 잡아낸 수작이다. 마지막 단편 “울어도 좋습니까?”는 소꿉친구를 사랑해온 자존심강한 한 여자의 이야기로 여성들만이 깊이 공감할 수 있을법한, 사랑에 접근하는 여자의 감수성과 심리상태를 아주 세심하고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다. “순진하다는 것은 때론 자기 자신밖에 안 본다는 얘기도 될 수 있어, 자기 자신의 순수함만을 지킨다는 거지, 자신의 순수함을 더럽힐 수 없어 타인을 받아들일 여지가 없는 거야. 그건 어른스럽지 못해.” 강경옥의 장점은 무엇보다 탄탄하고 매끄러운 스토리일 것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아주 조금씩 감정의 고리를 하나하나 엮어가게 하는 그 놀라운 전개능력이 아주 오래 전부터 그녀의 작품을 사랑하는 소녀들을 만들었고, 강경옥의 작품에 울고 웃으며 감동하던 그 소녀들은 어느새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이 되었다. 팬들과 함께 차분하고 단단하게 늙어간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작가의 행복인지 모른다. 한국 순정 만화계의 한 축을 지탱해 온 강경옥의 힘이 여실히 드러나는 단편집 “울어도 좋습니까?”는 그녀의 작품을 기억하며 청춘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는 그녀의 팬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