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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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로맨스 1945 (RD 시리즈 1)

“만약 그 때- 내가 싫다고 했더라면, 그래서 계속 공부를 했더라면- 오늘, 날 위한 잔치가 열렸을까.” ‘대한민국 대표 순정만화 잡지’를 슬로건으로 내건 격주간 만화잡지 윙크에서 새로운 연작시리즈를 선보였다. “Romantic Dream” 연작 시리즈로 명명된 ...

2008-03-03 유호연
“만약 그 때- 내가 싫다고 했더라면, 그래서 계속 공부를 했더라면- 오늘, 날 위한 잔치가 열렸을까.” ‘대한민국 대표 순정만화 잡지’를 슬로건으로 내건 격주간 만화잡지 윙크에서 새로운 연작시리즈를 선보였다. “Romantic Dream” 연작 시리즈로 명명된 이 시리즈의 특징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았을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를 주제로 만들어진 일종의 단편집 시리즈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윙크에서 새롭고 야심차게 출발하는 연작 시리즈 그 첫 번째 작품은 신인작가 이한아의 “낭만, 로맨스 1945”다. “재경이가 대학 입학을 포기한단 거야? 이렇게 쉽게? 나는 기회를 얻는 것조차 어려운데…. 아버지, 저를 보내주세요” “낭만, 로맨스 1945”의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해방직전의 1945년 경성을 무대로 펼쳐지는 남장여자의 경성제대 체험기(?)다.^^ 주인공인 지연은 지방의 토호 유씨 가문의 딸로 공부에 미련을 꺾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였으나 완고한 아버지의 반대로 진학을 포기한다. 지연의 남동생 재경은 경성제대에 입학해 유씨 집안의 경사로 취급되며 동네 잔치를 열고 평상시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일 가문의 후계자 태수는 잔칫날을 빌어 지연에게 청혼한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합격한 재경은 일본 여자와 눈이 맞아 일본으로 도망가버리고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길 두려워하는 아버지에게, 지연은 남장을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자신이 재경이 행세를 하고 경성제대에 입학하겠으니 허락해달라고 과감히 부탁한다. “그래도 이걸로 공평해졌잖아, 서로 말 못할 비밀을 하나씩 나눠가지게 됐으니까” “커피프린스 1호점”의 흥행성공 이후로 ‘남장여자’는 문화상품의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여자와 남자 양쪽을 넘나들며 일과 사랑, 둘 모두를 야무지게 해내던 은찬이의 모습이 그만큼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반증이리라. 물론 중성적인 매력의 주인공들은 아주 예전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이런 남장여자 또는 여장남자 라는 소재가 주는 이야기의 매력은 굳이 “커피프린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많은 예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소개하는 “낭만, 로맨스 1945”는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너무 남발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작가라는 한계가 너무나 여실히 드러나는 이 작품은 좋은 소재, 배경, 이야기를 잘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간단한 감정처리의 미숙, 약간은 억지스러운 계기,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한 아쉬움 등등 세련되지 못한 작가의 연출미스가 너무나 앙상한 이야기의 얼개만 남기고 어설프게 끝나버리는 작품으로 만들어버렸다. 1권이 아닌 장편으로 기획했어야 할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