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무라사메 군 (절대비밀)
“꼭 있더라~ 졸업앨범을 봐도 이런 녀석이 있었나 싶은, 수수하고 존재감 없는 녀석, 동창회에 나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아주 오래 전부터 “스파이”라는 소재는 만화의 단골메뉴였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사이토 타카오의 “고르고13(ゴルゴ13)”으로 주간 만...
2008-02-29
석재정
“꼭 있더라~ 졸업앨범을 봐도 이런 녀석이 있었나 싶은, 수수하고 존재감 없는 녀석, 동창회에 나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아주 오래 전부터 “스파이”라는 소재는 만화의 단골메뉴였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사이토 타카오의 “고르고13(ゴルゴ13)”으로 주간 만화잡지인 "빅코믹"에서 1968년부터 현재까지 40년 가까이 연재되고 있다. 2007년 9월 기준으로 단행본은 146권까지 발매되었으며, 누계 판매 1억부를 돌파한 인기작으로, 일본인들에게 “스파이”하면 “고르고13”이라는 대명사로 이해 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실사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그러나 사실 “스파이”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무대의 이면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석인만큼 저격수, 킬러, 초인 등의 이미지를 가진 “고르고13”은 왠지 ‘스파이’라는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스파이’라는 설정을 잘 지키고 있는 만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수수께끼 무라사메군”은 이런 스파이 만화의 정석 같은 설정에 일본인들의 전통적인 소재 “닌자”를 합쳐놓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년만화다. “사쿠라자카 고등학교 2학년 A반 출석번호 25번, 신장 167cm, 체중 56kg, 중간 체격, 학교 성적은 중간, 취미 영화감상, 특기 없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 무라사메 쿠나이, 딱 한 가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내가 닌자란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은 절대 비밀이란 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스파이”라는 존재가 남들 눈에 띌 정도로 너무 화려하거나 초인적인 능력이 드러나면 그는 벌써 “스파이”라는 직업에 있어 실격일 것이다. 애당초 적진에 잠입해 정보를 캐오거나 요인을 암살하거나 주요시설물을 파괴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일 텐데 ‘고르고13’처럼 이마에 ‘나, 초인’이라고 써놓은 사람들은 누구라도 경계를 할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도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범함을 가장하고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만화에서는 ‘스파이’의 가장 중요한 첫째 요건은 “남들 눈에 절대 튀지 않는 평범함”이라 말하며 주인공인 “무라사메”를 강력하게 제어하고 있으며 우리의 초인적인 주인공 무라사메는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며 임무를 완수하고자 항상 피곤하고 매우 귀찮은 일들을 떠맡아야 한다. 바로 이 원칙에 이 만화의 미덕이자 웃음을 주는 설계도가 숨어있게 되는데 15층 빌딩에서 뛰어내려도 상처 하나 없고 날아오는 총알을 표창으로 떨어뜨릴 만큼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무라사메가 누구의 눈에도 잘 띄지 않는 평범한 고등학생을 연기하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만화의 재미가 창출되는 것이다. 이 만화를 읽다 보면 큰 재미를 주려 노력하지 않는 점이 눈에 띈다.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사소한 일상에 숨어있는 아주 작은 재미이며 그 작은 재미와 엄청난 능력의 소년이 만날 때 억지스러운 웃음이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이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