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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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메가 (BIOMEGA)

“서력 3005년 인류는 7세기 만에 화성으로 유인비행을 성공시켰다.” “브레임”이라는 작품으로 어둡고 칙칙한 지구의 미래를 대사가 필요 없는 엄청난 그림실력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작가 니헤이 츠토무의 신작 “바이오 메가”가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은 그나마 ...

2008-02-26 유호연
“서력 3005년 인류는 7세기 만에 화성으로 유인비행을 성공시켰다.” “브레임”이라는 작품으로 어둡고 칙칙한 지구의 미래를 대사가 필요 없는 엄청난 그림실력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작가 니헤이 츠토무의 신작 “바이오 메가”가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은 그나마 대사도 많이 나오고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 조금은 친절한(?^^)설명도 곁들여 주어 이야기의 이해도가 빨랐다.(전작인 “브레임”은 정말 불친절한 만화였다. 주인공이 계속 위를 향해 걷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역시 이 작가의 힘은 엄청나게 묵직하면서도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운, 아주 독특한 작화 스타일에 있을 것이다. 설령 만화를 모르는 누가 보더라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명확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본다면 니헤이 츠토무만의 ‘분위기’에 매료될만한,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전작인 “브레임”이 그 최고치를 보여주며 극한까지 끌고 간 느낌이라면 신작 “바이오 메가”는 어느 정도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작화의 수위를 조절해주고 있다. “동아중공에서 정화작업 지원을 위해 파견되어 온 자다. 게이트를 열어줘.” 1권 프롤로그가 끝나자마자 황량하고 어두운 느낌의 괴기한 섬으로 이어진 넓은 대교를 스타일리쉬한 오토바이로 내달리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지옥문처럼 음울한 분위기의 게이트 앞에 도착해서 오토바이를 세운 후 갑작스레 너무나 반가운 대사 한 마디를 내뱉는다. “동아중공”, 이 회사의 이름은 전작인 “브레임”에서 얼마 안 남은 인류를 거대 쉘터에 수용하면서 규소생물과 세이프가드로부터 지켜주었던 바로 그 회사이름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그 ‘동아중공’이 맞았다. 그렇다면 “브레임”과 “바이오메가”의 관계는 무엇일까?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를 검색해보았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고 단편집 “노이즈”가 이 디스토피아의 시작이 되는 이야기라면 “브레임”이 가장 나중, “바이오메가”가 “브레임”의 기저사회가 시작되는 시대, 작가의 작품세계에서는 시대적으로 중간쯤에 위치하는 시대인 듯 하다. (인류도 다수 살아있고, 동아중공이 DRF의 습격을 받아 본사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나오고 “블레임”의 주인공 키리이의 전신인 듯한 남자, 동아중공의 합성인간 카노에 조이치도 나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즉 니헤이 츠토무가 발표한 세 작품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이오메가”의 세계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우주에서부터 살포되면서 인간들이 좀비로 변해가고, 인류를 지키려는 자와 말살하려는 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 적응자를 확보하려는 동아중공 에이전트 조이치가 인공지능 소녀와 각종 무기로 장착된 바이크를 타고 온 세계를 뛰어다니는 이야기다. 너무나 불친절한 스토리 때문에 책장에만 무심히 꽂혀있던 “브레임”을 다시 꺼내게 만든 “바이오메가”, 인류는 왜 멸망했고 왜 ‘건설자’는 기저 사회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어떻게 인류는 ‘하늘’을 잃게 되었나를 어느 정도 이해시켜주었다. 그래서인지 작품 중간에 처연하게 떠있는 달이 무척이나 슬프게 느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