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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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기 (The Black Swindler, 가공거래사기 전율의 서스펜스)

“세상엔 세 종류의 사기꾼이 있다. ‘백로’ 인간을 속여 돈을 빼앗는 사기꾼, ‘홍로’ 이성을 먹이로 삼아 마음과 몸을 갖고 노는 사기꾼, 그리고…‘흑로’ 백로와 홍로만을 표적으로 삼고 그들이 사람들로부터 우려낸 돈으로 배가 불러 썩은 육체를 쪼아먹는 가장 흉악한 사기...

2008-02-21 석재정
“세상엔 세 종류의 사기꾼이 있다. ‘백로’ 인간을 속여 돈을 빼앗는 사기꾼, ‘홍로’ 이성을 먹이로 삼아 마음과 몸을 갖고 노는 사기꾼, 그리고…‘흑로’ 백로와 홍로만을 표적으로 삼고 그들이 사람들로부터 우려낸 돈으로 배가 불러 썩은 육체를 쪼아먹는 가장 흉악한 사기꾼”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검은 사기 (クロサギ)”는 근래에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기나 유행하고 있는 사기 수법을 에피소드로 만들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주인공인 쿠로사키가 그 사기꾼들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사기를 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아주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주간 영선데이에 연재되며 100만부가 넘게 팔린 이 만화는 일본의 청춘스타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주연한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누렸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2008년 3월8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인 쿠로사키는 사기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아버지가 온 가족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커다란 사건에서 홀로 살아남은, 불행한 과거를 지닌 남자다. 자신의 가족을 한 순간에 망가뜨린 사기꾼을 찾아내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한 소년 쿠로사키는 사기꾼들의 대부 격인 ‘픽서’(사건의 이면에서 실체를 조종하고 계획을 짜는 흑막 같은 존재) 카츠라기가 자신의 가족을 망가뜨린 사기계획의 설계도를 짠 남자임을 알아내고 그의 가게로 찾아가 칼을 휘두르지만 자신의 미약한 힘만 절실히 통감할 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절망한 쿠로사키는 사기꾼들을 잡아먹는 검은 사기꾼이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원수인 카츠라기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을 사기꾼으로 단련시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5년 후, 스물 한 살이 된 쿠로사키는 어느새 업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흑로’로 다시 태어나 있었다. 사회의 양극화가 날로 극심해지고,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사기범죄는 늘어만 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자살했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는데, 사람의 마음 중 어둡고 약한 부분을 자극하여 헛된 망상과 기대를 불어넣게 하는 일부터 시작되는 것이 사기라 할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함을 몸소 겪어보기 전까진 사람은 누구나 ‘약하다’, 그렇기에 이 ‘약함’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고 절망에 빠트리는 범죄는 그 어떤 범죄보다도 죄질이 안 좋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사회의 법적인 시스템하에선 가장 방치될 수밖에 없는 범죄가 사기다. 현 사회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속이고 달아나는 것이 사기꾼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며 그들을 ‘처벌’하기엔 ‘제도’나 ‘법률’이 항상 한발씩 늦기 때문이다. 그런 사기꾼들에게 ‘사기’라는 방법으로 통쾌하게 응징을 내리는 쿠로사키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존재일 것이다. ‘악은 악으로’ 응징한다는 이 사고방식은 분명 범죄이지만 법으로도 구제해줄 수 없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는 사기꾼들을 응징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한 명쯤은 이런 사기꾼이 존재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