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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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마루야마 거리

도쿄 최대의 번화가 시부야(澁谷), 다섯 개의 특색 있는 번화가가 역을 중심으로 길게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젊은이들의 거리, 그 시부야의 한 쪽 구석 도켄자카의 끝 쪽에, 수많은 러브호텔들과 서민주택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거리, ‘마루야마 거리’를 소재로 이별과 만남을...

2007-12-30 김진수
도쿄 최대의 번화가 시부야(澁谷), 다섯 개의 특색 있는 번화가가 역을 중심으로 길게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젊은이들의 거리, 그 시부야의 한 쪽 구석 도켄자카의 끝 쪽에, 수많은 러브호텔들과 서민주택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거리, ‘마루야마 거리’를 소재로 이별과 만남을 이야기하는 만화 “시부야 마루야마 거리”를 소개한다. “남자도 우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여름, 참 꼴 사나운 사랑을 했다. 사랑은 훨씬 멍청하고 콧물 범벅에… 전혀 반짝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물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면, 돌진하는 게, 여자가 나아갈 길 아닐까? 저기, 선생님, 같이 걸어줄래요? ”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고생과 수학선생님의 위험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다룬 이야기, ‘시부야 마루야마 거리 푸른 하늘’, 각자의 상처를 안고 울 곳을 찾아 다니는 여고생 두 명의 가출이야기, ‘시부야 마루야마 거리 방과 후’, 이별을 경험한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 ‘시부야 마루야마 거리’, 이렇게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험은 끝났다. 돈이 없어졌다는 맥 빠지는 이유로, 하지만 맥 빠져도 기분은 좋아, 우리들에게는, 키스보다 쇼핑보다 방탕보다 모험보다 학교보다, 이렇게 꼭 끌어안는 게 필요했던 거야, 우리들은 계속 같이 울 장소를 찾고 있었던 거구나…” 시부야에 실재로 존재하는 장소를 소재로 한 만화 “시부야 마루야마 거리”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추억의 장소’라는 정서이자 공감대이다.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지칠 때 누구나 떠올리는 ‘어떤 풍경’처럼, 이 단편집도 시부야 마루야마 거리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탈, 이별, 만남, 우정, 동경 등 세심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뮤직비디오 보듯 배치해 놓은, 잔잔한 음악편지 같은 느낌의 만화라 할 수 있다. “언덕 위에 달빛에 빛나는 고독한 벚꽃, 밤의 어둠이 모든 것을 덮어서 가리고 내게 상냥한 것만을 보여준다. 그를 대신해서, 그녀를 대신해서, 참회, 고마워, 당신이 연인이 아니라도 친구가 아니라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광고기획자인 27세 여성의 일상과 사랑을 다룬 만화 “서플리”로 여성들의 감수성을 잔잔하면서도 리얼하게 표현했던 작가 오카자키 마리는 “시부야 마루야마 거리”를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시부야 마루야마 거리에 살고 있습니다. 자극적이기도 하고 서민동네 정서인…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커플입니다. 이 길의 독특한 분위기는 또 언젠가 어딘가에서 그리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