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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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타이밍」은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이하 「미심썰」)의 시즌 2, 즉 두 번째 시리즈로서 등장하였다. 이 작품은 시즌 1인 ‘아파트’와 직접적으로 스토리가 연결되어있지는 않지만, 형사 양성식이 다시 등장하여 귀신과 저승사자가 존재했던 전작의 세계가 이 작품과 이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2006-08-01 박세웅(령)


타이밍

타이밍」은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이하 「미심썰」)의 시즌 2, 즉 두 번째 시리즈로서 등장하였다. 이 작품은 시즌 1인 ‘아파트’와 직접적으로 스토리가 연결되어있지는 않지만, 형사 양성식이 다시 등장하여 귀신과 저승사자가 존재했던 전작의 세계가 이 작품과 이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거기에 시간능력자라는 SF적 소재와 무당이라는 민속적 요소까지 도입하여 다양한 장르가 한데 섞인 「미심썰」의 독특한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예지 능력, 시간을 멈추는 능력 등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여 그들이 자신들의 특수능력을 동원해 앞으로의 참극을 막으려 한다는 이야기는 고전적 SF에 등장할 만한 소재이다. 그리고 갑자기 사람들이 조용해지는 일이나 데자뷰 등 현실에서 느끼는 위화감, 학교의 괴담이라는 다양한 소재가 이 작품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많은 요소들을 한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융합시키는 강풀의 탁월한 이야기 구성 능력을 새삼 확인 할 수 있다.

타이밍 의 에피소드 중 한장면
타이밍 의 에피소드 중 한장면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 있는 「타이밍」은 강풀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장르적인 재미를 좀 더 추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타이밍」이 어떤 장르적 특성에 갇혀 현실과 유리된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좀 더 보편적인 것을 다루려 하는 강풀 만화의 주제 의식은 이 작품에도 확실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품 속의 시간능력자들은 각자의 특수능력을 발휘하지만, 그 외에는 이제까지의 강풀 만화의 등장인물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은 여러 제한사항으로 인해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나타내어져 있다. 이들은 김자기 선생의 예지를 계기로 서로 만나게 되고, 예지된 사건을 해결하려 서로 힘을 합쳐 노력하게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사건의 진행을 돕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파트」의 마지막에서 다시 사건이 생기는 것처럼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지는 이루어지고 만다.
과연 운명이란 거스를 수 없는 것인가 하는 비관적인 결말을 향해 가는 듯하던 이야기는, 그러나 막판에 김자기가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반전을 맞는다.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그녀는 이를 통해 결국 운명을 바꾸는 데에 성공한다.
이러한 모든 일이 꿈이었다는 식의 결말은 보통의 경우 너무 간단히 전개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생각해 볼 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것은 이 작품 속에서 김자기가 꿈을 통해 현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듯이, 작가는 작품이라는 허구를 통해 현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강풀이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만화든 소설이든 허구라는 점에서는 한낱 꿈과 같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내용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현실의 우리들은 「타이밍」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예지 능력은 없지만,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파악하여 미래를 상상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들은 과거, 현재을 반영하고 있고, 때로는 미래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풀은 대통령 탄핵이나 한미 FTA 등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고, 현재는 5?18을 다룬 「26년」을 그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만화가 세상을 당장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들이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변화해 간다면 희망은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2006년 8월 vol. 42호
* 이 글은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http://mahn.co.kr)과의 공동 기획입니다
글 : 령(박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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