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L for THE CITY (풀 포더 시티)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이르는 대 전쟁에 의해 세계는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살아남은 인류는 모든 힘을 결집해서 통일국가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철저한 관리구조 하에 국민 모두는 생활을 보장받는다. 전쟁이 끝나고 1세기가 지나, 세계는 다시금 평화를 얻은 듯...
2007-12-14
이지민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이르는 대 전쟁에 의해 세계는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살아남은 인류는 모든 힘을 결집해서 통일국가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철저한 관리구조 하에 국민 모두는 생활을 보장받는다. 전쟁이 끝나고 1세기가 지나, 세계는 다시금 평화를 얻은 듯이 보였다. 그러나…” “파이브 스타 스토리”로 끝도 없이 웅장한 우주 대서사시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는 작가 나가노 마모루의 중편인 “Fool for the city”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살기 위해 개발한 기계에게 오히려 통제되어가면서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어가고 있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SF만화다. “신국가 형성시, 지구 연방을 총괄한 마더 컴퓨터 ‘DOUGHTER’와 당시의 고위관리들은 자신들의 정치정책에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요인을 모두 제거하는 수단을 취했다. 국민들을 선동하는 요인이 강한 예술과 종교 등이 탄압받았고, 수많은 문화가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탄압받던 예술가들은, 최강의 권력을 가진 정보관리국 ‘메트로 폴’로부터 도망쳐, 국경 부근으로 가, 지하생활에 들어갔다.” 이 독특한 설정의 만화에서도 나가노 마모루는 그만의 특기인 메카닉 디자인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메트로 폴의 진압용 로봇인 MDC A102부터 패트롤카, 정찰로봇, 감시용 로봇, 경찰장비, 각종 무기 등과 최후에 등장하는 마더 컴퓨터 “DOUGHTER”까지 2185년 메트로폴리스라는 작품의 무대에 걸맞는 메카닉 디자인은 독자들의 눈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들의 문화를 전하는 모든 기록은 소거되어, 120년이 지난 현재, 금제(禁制)된 문화를 전할 수단이 없어 예술가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전수하고 죽어갔다. 그 아이들은 “SUCCESSOR”이라고 불리며, 일부에서는 신격화되었으나, 메트로 폴에게 차례로 붙들려 살해당하고 혹은 세뇌 당하는 운명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모른다, 감동을 주는 연극도 책도 회화도 음악도, 그렇다. 록 음악도! 인간들은 조작된 세계 속에서, 어떤 불안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이상국가(理想國家)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문화의 발전은 정지되었다!!” 이 작품 설정의 핵심인 “SUCCESSOR”란 부모로부터 예술가적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들로 이 작품 안에선 록음악을 전수하는 “SUCCESSOR”가 등장한다. 인류를 통제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부분이 록 음악을 없애는 것이라는 작가의 발상이 기발하고 독특하다. 작가 특유의 건조한 느낌의 작화에 아주 뛰어난 스토리는 아니지만 보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스토리이며 꼭 이 작가의 팬이 아니라도 SF만화만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만한 작품이다. 작품명인 “Fool for the city”는 1975년에 실제로 발표된 포겟이라는 밴드의 곡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