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씨즌 3)
인터넷만화 또는 웹툰(WEBTOON)이라는 장르를 한국에서 뿌리내리게 한 가장 큰 공로자이자 현재까지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작가 강풀, 거대 포털 사이트 ‘다음’의 뉴스코너 미디어 다음 안의 ‘만화 속 세상’이라는 웹툰 코너에서 강풀이 발표한 화제작들은 너무나...
2007-12-13
석재정
인터넷만화 또는 웹툰(WEBTOON)이라는 장르를 한국에서 뿌리내리게 한 가장 큰 공로자이자 현재까지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작가 강풀, 거대 포털 사이트 ‘다음’의 뉴스코너 미디어 다음 안의 ‘만화 속 세상’이라는 웹툰 코너에서 강풀이 발표한 화제작들은 너무나 많다. 광주 민주화 항쟁을 심도 깊은 드라마로 각색한 “26년”, 사랑이라는 테마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순정만화”, 각박한 현대인들의 가슴속에 잃었던 그 무엇을 되찾아주는 느낌의 “바보” 등 그의 작품들은 매회 조회수 30만 건을 넘고 최고의 조회수를 갱신해갔으며 영화로, 드라마로, 책으로, 문화산업의 각 분야로 신속하게 상품화되어 갔다. 가장 최근작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그간 한국 만화계에서 금기시되어오던 ‘노인들의 사랑’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작품으로 ‘역시 강풀!!’이라는 명불허전의 외침을 네티즌들에게 선사하였다. 강풀, 그는 인터넷 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난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우리는 당장 죽어도 어색할 것이 없는 나이였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1화의 첫 장면은 장군봉 부부의 장례식장부터 시작된다. 강풀의 강점은 누가 뭐라 해도 ‘이야기’다. 강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강풀의 만화를 클릭했다가 눈시울을 붉히며 밤새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결코 그림이 뛰어난 것도 아니요, 만화 자체의 스타일이 멋지지도 않지만 강풀의 만화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속 무언가를 강하게 자극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바로 탄탄한 이야기의 힘에서 비롯되는 감동인데 강풀의 이야기 구성방식은 정말 탁월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보는 이들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에서도 첫 회부터 우유라는 매개체를 통해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씨 할머니를 이어주는 방식이 잔잔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다들 잊었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열하는 리플들이 많이 달리는데 강풀의 장점은 평범한 것에서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이뿐이보다 먼저 죽으면 어떻게 해서든 이뿐이가 죽는 날까지 내가 죽은 걸 모르게 해줘, 내가 약속한 게 있어서 그래….” 이 작품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김만석, 송이뿐, 장군봉, 조순이, 이렇게 네 분이다. 이 중에서 장군봉 할아버지와 조순이 할머니는 부부이고 조순이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상태다. 김만석 할아버지는 부인을 잃고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고 송이뿐 할머니는 자식도 남편도 없이 평생을 혼자 살아온 할머니다. 이 네 명의 노인들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을 엮듯 잔잔하고 애절하게 엮어가는 강풀의 이야기는 조순이 할머니와 함께 자살을 하는 장군봉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장군봉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며 정말 한없이 울었다. 추운 겨울날,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독자제현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