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완전판 (메이지 검객 낭만기)
한때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전설의 작품이 초호화 완전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발도재” 켄신이 비천어검류를 구사하며 악을 소탕하는 신(新)무협 “바람의 검심”이다. 메이지 유신이 끝나고 10년 후, 에도(현재의 동경)를...
2007-12-12
이지민
한때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전설의 작품이 초호화 완전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발도재” 켄신이 비천어검류를 구사하며 악을 소탕하는 신(新)무협 “바람의 검심”이다. 메이지 유신이 끝나고 10년 후, 에도(현재의 동경)를 무대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워낙 인기 있었던 탓에 무협물(또는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독자들까지 끌어들여 한때 코스프레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의 연재가 종료된 후에도 고고하게 홀로 남아 ‘소년점프’의 인기를 지켜준 작품이기도 한 ‘바람의 검심’은 단행본의 인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게임 등 문화산업 다방면으로 멀티 유스(multi-use)를 이루어낸 힛트작이기도 하다. ‘점프’의 단행본들이 품고 있는 몇 가지 법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계속해서 수련을 거듭해 강해지는 진행형 히어로라면 켄신은 10여 년 전 모든 것을 완성시킨 종결형 히어로라 할 것이다. 그런데 엄청나게 강하면서도 항상 유약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독특한 설정의 인물이다. ‘강하면서도 연약한 아름다운 남자주인공’은 아마 ‘소년점프’역사상 더 이상은 없지 않을까? 이 작품의 매력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캐릭터’다. 주인공인 히무라 켄신은 막부 말기의 혼란기 쵸슈파 유신지사의 검객으로 활약하며 수많은 막부측 인사를 암살한 무패전설의 칼잡이 ‘발도재’였다. 유신이 끝난 후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죄업과 과오를 반성하며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 노력하는 것으로 과거의 업보를 갚으려 하는 속 깊은 남자다. 왼쪽 뺨에 십자 흉터가 새겨져 있고 옛 무사들의 허름한 복장에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자그마한 체구의 켄신은 캐릭터 자체가 품고 있는 비극성, 최고의 실력, 자상한 성격과 마음씨 등을 고루 갖춘, 독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었다. 또 한 명의 인기남인 사가라 사노스케는 등에 커다란 악(惡)자를 붙이고 다니는 삐죽머리의 건장한 남자로 참마도라 불리는 거대한 도를 쓰는 싸움꾼이다. 무사 출신이 아닌 출신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명분이나 체면 따위의 쓸데없는 것에 얽매임도 없고 자신이 원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향해 돌진하는 풍운아 타입의 남자다. 후에 켄신과의 대결을 통해 동료가 되며 새로운 싸움을 겪을 때마다 자신만의 무기를 개발하여 더더욱 강해지는, 말이 좋아 조연이지 활약과 인지도면에선 주인공과 맞먹는 기량을 발휘하는 등장인물이다. 이 두 인물 외에도 각자의 사연을 지닌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신선조 3번대 조장이었다가 현재는 경찰이 된 사이토 하지메, 에도막부의 밀정이자 호위닌자였던 오니와반슈의 두목 시노모리 아오시, 켄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을 것 같은, 귀엽고 씩씩한 꼬마무사 묘진 야히코, 그간의 어느 여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카오리 등등 마치 하나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것처럼 읽기가 매우 즐거운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