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세요?
BL(Boys Love)장르의 대표적인 작가 야마다 유기가 자신의 장르에서 벗어나 첫 순정 코믹스를 선보였다. 그간 야오이 장르에서 엄청난 수의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이기에 작품의 연출력이나 스토리, 그림 등에 관해서는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나 ‘이 작품 역시?’ 하...
2007-12-11
석재정
BL(Boys Love)장르의 대표적인 작가 야마다 유기가 자신의 장르에서 벗어나 첫 순정 코믹스를 선보였다. 그간 야오이 장르에서 엄청난 수의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이기에 작품의 연출력이나 스토리, 그림 등에 관해서는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나 ‘이 작품 역시?’ 하는 선입견만큼은 지울 수 없었기에(이 작품 역시나 표지가 야오이 풍이다) 책을 구입해야 할지 많이 망설였다. 이 단행본의 수입처인 대원씨아이의 편집부 역시 같은 걱정이 있었는지, 편집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띠지에 대문짝만하게 박아놓은 선전문구(야마다 유기 첫 순정 코믹스!!)를 믿고 한번 사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어떤 장르이던 간에 작가(특히 상업작가)는 작품을 발표하면 할수록, 연재를 이어가면 갈수록 관록이 붙는 것 같다. 자신만의 고독한 창작활동이 아니라 연재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단행본을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체크하면서, 편집부와의 기획회의를 거쳐가며 만들어진 작품은 이미 어느 정도의 상품성을 담보하게 되어있다. 이 적절한 상업성에 확고한 색깔을 입히는 것이 작가의 재능인데 그 점에 있어서 야마다 유기는 아주 그럴듯한 색깔의 관록이 이미 입혀져 있는, 말 그대로 ‘중견작가’인 것 같다. 입사 3년 차의 통칭 ‘스마일리’ 타케이, 입사 2년 차의 통칭 ‘섹시’ 시바타, 입사 6개월 차의 통칭 ‘안경’ 카미야마”(사장의 조카), 형사 드라마 마니아인 통칭 ‘보스’ 사장 마츠다로 이루어진 부동산 중개사무소 ‘카미야마 상사’의 업무는 부동산 중개, 월세 미납분 수금, 주택 및 고객의 사후관리 등이지만 일에 있어서 너무나 과도한 영업방침(?)을 구사한다는 것이 조금 문제가 되는 회사다. 전직 배우출신인 스마일리 타케이는 말 그대로 천의 얼굴을 가진 상상외의 무서움을 지닌 젊은이이며 호스트바 출신의 전직 호스트 섹시 시바타는 여자 고객만을 고집하는 느끼한 남자다. 그러나 수시로 인연을 맺게 되는 여러 고객들과 조금은 깊은 인간관계를 맺어둠으로써 이들이 겪게 되는 일들은 만만치 않다. 업무만으로 끝내야 할 선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귀찮은 일도 떠맡아야 하고 한숨 섞인 사연도 술 한잔하면서 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선 따뜻한 사람의 냄새가 난다. 여기에 소개하는 “집 구하세요?”는 ‘카미야마 상사’라는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6개의 단편과 번외편 하나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각 에피소드 별로 ‘카미야마 상사’의 사원들인 시바타, 마츠다, 타케이, 카미야마 등을 주인공으로 한 재미있고 담백한 일상의 이야기로서 읽고 있다 보면 재미와 훈훈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따뜻함이 있다. 엄청난 사건이나 독자의 마음에 묵직한 저울추를 매다는 듯한 심각함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아주 조금, 깊이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의 잔잔한 작품이다. 그리고 ‘야오이’는 확실히 아니기 때문에 야마다 유기의 팬으로써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