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문제
“우리 집에는 남에겐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5살 때, 아빠가 ‘게이’임을 자각해서 부모님은 원만히 합의 이혼을 했던 것이다. 이혼 후에도 아버지와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애인과 다툴 때마다 울며 매달렸기 때문에 어머니는 항상 중재를 해줘야 했다. 그...
2007-12-07
석재정
“우리 집에는 남에겐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5살 때, 아빠가 ‘게이’임을 자각해서 부모님은 원만히 합의 이혼을 했던 것이다. 이혼 후에도 아버지와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애인과 다툴 때마다 울며 매달렸기 때문에 어머니는 항상 중재를 해줘야 했다. 그 후로 십수년….”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일상의 두터움을 조금씩 비집고 나와서 미묘한 색깔과 정서를 반짝이고 있는 문제들이 발견되곤 한다. 이 책에서 이마 이치코가 다루고 있는 문제도 그런 것 중에 하나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은 ‘사랑’과 ‘가족’이라는 관계다. 그리고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은 주위의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른의 문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서로 충돌시켰을 때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과 그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던져주는 묵직한 느낌을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는 책이다. “옛날에 엄마는 인생은 드라마라는 말을 했었다. 살아가는 동안 인생이라는 드라마에 해피앤드는 없다. 그걸 가르쳐준 것은 부모님이다. 하지만 적어도 노력해볼 가치는 있는 것이다.” ‘게이’임을 자각해서 어머니와 원만히 합의 이혼을 했던 아버지에게 양자로 입적(게이들의 결혼은 그렇게 이루어진다고 한다)할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 주인공인 나오토와 6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이다. 호적상으로는 ‘형’이지만 실제로는 아버지의 ‘새 부인’인, 보석 디자이너 에비 고로가 나오토의 새로운 가족이 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의 문제들, 그것이 이 책의 ‘주제’이자 ‘설정’이다. “그 때의 페어링…고치면 고칠수록 남성 취향의 디자인이 되어버렸지. 날 위해서 디자인해주고 있다는 걸 깨닫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단 말야… 넌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조용히 뭔가를 만들어…내버려두면 좋을 텐데…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니까…” “어른의 문제”가 재미있는 건 아마도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족’이란 것은 구성원간의 ‘애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이 생길 때마다 그 구성원들은 한차례의 열병을 앓아야 한다. 그러나 그 열병은 새로운 행복을 얻기 위해 꼭 치러야만 하는 일종의 세금 같은 것이다. 모든 ‘어른의 문제’가 그렇듯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생긴다. 나오토와 고로의 문제, 가문과 가문간의 문제, 세상 사람들의 시선 등등 새로운 가족이 되기 위해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 같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것이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