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인형사 사콘 애장판
‘고스트 바둑왕’, ‘데스노트’ 그리고 최신작 ‘라르 & 그라드’까지, 만화가 오바타 타케시의 요즘 근황은 한마디로 “주가 폭등”이다. 작가라는 직업이 원래, 인생에 있어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직업 중 하나라지만 적지 않은 권수(고스트 바둑왕 23권,...
2007-12-04
이지민
‘고스트 바둑왕’, ‘데스노트’ 그리고 최신작 ‘라르 & 그라드’까지, 만화가 오바타 타케시의 요즘 근황은 한마디로 “주가 폭등”이다. 작가라는 직업이 원래, 인생에 있어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직업 중 하나라지만 적지 않은 권수(고스트 바둑왕 23권, 데스노트 13권)의 작품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연이어 메가힛트를 기록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히 희귀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물론 우라사와 나오키 같은 ‘괴물’ 이상의 케이스도 있지만) 물론 이것이 작가만의 역량이 아니라는 것은 만화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집영사의 소년점프 편집부가 대단하다고 해도, 이렇게 한 작가가 인터벌도 짧게, 연이은 메가힛트를 기록한다는 것은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오바타 타케시의 힛트작들은 모두 스토리 작가가 붙어있다는 것인데 어쩌면 ‘그림만을’ 잘 그리는 것이 연이은 고공행진을 할 수 있는 이 작가의 장점이자 원동력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됐든 이러한 작가의 역량과 명성에 힘입어 오바타 타케시의 초기작 “어둠의 인형사 사콘”이 애장판으로 출시되었다. 원래 애장판이라는 것이 만화시장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눈물겨운 자구책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명작’이 주는 힘을 우리는 알기에 초판본을 책장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으면서도 애장판이 나오면 다시 한번 지갑을 여는 ‘억울한’ 행위를 매번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슬램덩크의 한정판 애장본 전략은 이젠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몇 번째 한정판 애장본이란 말인가) 본론으로 돌아가서 ‘애장판’을 사는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미발표된 에피소드가 새로이 삽입되었다던가 하는, 작가만의 특별한 서비스가 추가되었을 경우요, 또 하나는 소장하고 있는 초판본들이 그저 낡았기 때문이다. 전자는 ‘수집가’의 행동방침이고 후자는 ‘애호가’의 행동방침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애장판’으로 재출간 되는 작품은 일단 시장성과 작품성을 검증 받은 매우 훌륭한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어둠의 인형사 사콘”은 과연 ‘애장판’으로 까지 출시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작품이다. 오바타 타케시의 가장 큰 장점인 ‘작화’도 초기작이라 그런지 후에 나오는 힛트작들과 비교해보면 조잡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떨어지고 만화의 내용적인 면도 당시에 유행했던 “미스터리 탐정물”의 재탕 같은 면이 있어서 과연 이것이 현시점에서 “애장판”으로까지 출시될 필요가 있었는지 엄청나게 의심스럽다. 작품이 연재되고 출간되던 당시의 만화시장의 유행코드가 “소년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등의 ‘추리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복화술을 통해 자신의 인형에게 사건을 해결하게 하는 탐정주인공’이라는 이 작품의 기획의도는 매우 참신했을 것이며 독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만족을 주었겠지만 2007년의 시점에서 바라본 이 작품은 심히 유치하고 뒤떨어진다. 아마 ‘시대착오적’이라 불리는 출판사의 감각적 오류는 이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