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남자 김태랑 MONEY WARS 프롤로그
폭주족 총장 출신의 자유분방한 ‘사나이’였던 그가 ‘평범’의 대표적인 상징 ‘샐러리맨’이 되어 세상풍파를 헤쳐나간다는 30권의 대서사시, “멋진 남자 김태랑”의 속편 “Money war”가 근 10년 만에 출시되었다. 일본에서는 “시마과장”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
2007-12-03
석재정
폭주족 총장 출신의 자유분방한 ‘사나이’였던 그가 ‘평범’의 대표적인 상징 ‘샐러리맨’이 되어 세상풍파를 헤쳐나간다는 30권의 대서사시, “멋진 남자 김태랑”의 속편 “Money war”가 근 10년 만에 출시되었다. 일본에서는 “시마과장”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샐러리맨 만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토미야 히로시의 “김태랑”시리즈는 히로카네 켄지의 “시마”시리즈와는 많이 다른 색깔과 매력을 지닌 작품이었다. “시마”시리즈가 과장에서 부장으로, 부장에서 이사로,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을 거듭하며 현재 “시마상무”까지 가열차게 나와있는 반면 근 10여 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김태랑”은 여전히 ‘평범하지만 평범치 않은’ 말단 샐러리맨일 뿐이다. 물론 작품 속에서는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로 설정되어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말단 샐러리맨’인 그가 승진을 거듭하는 ‘시마 코사쿠’보다 왠지 더 반갑다. 이것이 두 작품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시마 코사쿠’는 작품 속에서 파벌이나 출세에 관심이 없는 무욕적인 샐러리맨으로 그려져 있지만 기실, 그가 떠안게 되는 ‘회사로부터의 임무’는 ‘위를 지향하는 자’만이 맡게 되는 임무다. 그리고 가끔, 아주 뜬금없이, 회사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쓸데없이 나서서 일을 처리해주는 시마에게 도와주었던 그 또는 그녀가 자신의 성공에 아주 큰 계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작가인 히로카네 켄지는 현실에는 없는 ‘운칠기삼’형 인간을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있는 시마 코사쿠는 본인은 평범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지녔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위를 지향하는 수직적인 인간’이다. 그러나 모토미야 히로시의 ‘김태랑’은 하는 행동이나 기질, 업무처리 스타일이 거의 경영자적인 마인드로 모든 일에 임하는 전형적인 ‘오너’형 인간이다. 그러나 아무리 큰 일을 맡아 성공적으로 처리해도 김태랑은 승진하지 못한다. 아니, ‘하지 않는다’ 그는 ‘샐러리맨’이라는 직업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건설이던, 상사던, 무역이던 간에 ‘후세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보람 있는 일’만을 하기 원한다. 그래서 회사내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아끼고 일로 맺었던, 사적인 관계로 연을 맺었던 간에 그를 알게 된 사람들은 폭력배던, 연예인이던, 사채업자던 간에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때론 존경하기까지 한다. 어쩌면 이것이 작가인 모토미야 히로시가 그리고 싶었던 인간형인지도 모른다. 자긍심도, 추진력도 겸비하지 않은 채 그저 퇴직할 때까지 사고 없이 무사히 회사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비전도 없고 패기도 없는 ‘샐러리맨’들의 모습이 작가는 너무나 싫었던 것은 아닐까? ‘김태랑’은 ‘시마 코사쿠’처럼 ‘회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과 직업을 사랑한다.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힘을 빌어 ‘후세에 전할 만한 큰 일’을 해내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과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남자, 그것이 ‘김태랑’이며 그 것이 작가가 그려내고 싶었던 ‘샐러리맨’의 이상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김태랑’을 읽고 있으면 독자의 머리 속을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게 될 것이다. 자신의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김태랑은 ‘위’를 지향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계속적인 ‘새로운 보람’만을 찾아 다닐 뿐이다. 어쩌면 그것인 진정한 ‘평범의 본 모습’이며 진정한 ‘평면적인 인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