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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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웹툰(webtoon)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만화장르가 산업으로 정착하기까지, ‘IT강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온 나라가 설비투자에 매진한 95년 이후부터 10여 년이 필요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무릇 산업이라 함은 자체의 순환 구조를 지닐 수 있게 되어야 비로서 ...

2007-11-30 이지민
웹툰(webtoon)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만화장르가 산업으로 정착하기까지, ‘IT강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온 나라가 설비투자에 매진한 95년 이후부터 10여 년이 필요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무릇 산업이라 함은 자체의 순환 구조를 지닐 수 있게 되어야 비로서 산업이라 인식된다. ‘투자 – 유통 – 회수’의 거대한 순환도가 하나의 궤적으로 완성되고 그 결과물로서 ‘수익창출’이 뒤따라야 비로서 그것은 자본주의 경제제도 하에서의 ‘산업’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막대한 투자를 하고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해도 투여된 자본이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그것을 산업이라 부르지 않는 것이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다. 엄밀히 말해 95년 이전까지 한국에서 ‘만화 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굉장히 단선적인 생산구조와 유통경로를 지니고 있는 아주 작은 규모의 산업이었다. 작가라 불리는 생산자가 출판사 또는 잡지사를 통해 자본과 인력의 투자를 받아 작품을 창작하면 일련의 공정과 마케팅 루트를 거쳐 단행본이라는 상품으로 변환되어 소비자의 앞에 놓여지고 그것을 판매한 수익이 그때까지의 생산비용을 넘어서게 되는 구조, 그것이 ‘만화산업’의 핵심 과정이자 유일한 결과였다. 그랬던 한국의 만화산업이 일대의 혼란기이자 변혁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95년 이후의 뉴미디어 산업환경이라 불리던 ‘인터넷’환경이 도래하면서부터이다. 이 흥미로운 산업환경은 만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환경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왔지만, 만화산업만으로 축소시켜놓고 보자면 아주 극심한 혼란을 몰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단 기존의 연재 – 단행본출판 – 유통이라는 산업의 근간구조를 궤멸 직전까지 붕괴 시켰으며 기존에 있던 창작자들은 새로운 창작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몰라 생산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새롭게 나타난 창작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된 자신의 원고를 어떻게 상품화시켜야 할지 몰라 아무런 수익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그저 그려대기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혼란기가 거의 5-6년 동안 지속되었고 몇몇 성공 사례가 나타나기 전까지 만화산업 종사자들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바닥을 헤매야만 했다. 2007년 현재, 작금의 만화산업환경을 바라볼 때, 새로운 시장환경에 대한 적응은 이제는 거의 다 끝났다고 생각된다. 즉 ‘시장의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인터넷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이용한 새로운 창작자들이 그들의 작품을 상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산업구조가 완비되었다. 거대 포탈에서 운영하는 만화웹진에서 매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들을 거대 출판사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치밀한 마케팅 전략으로 ‘상품화’시키고 이것을 다시 타 매체의 산업과 연관시켜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구조가 현재는 잘 ‘순환’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공간을 자신의 주무대로 삼아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 거대한 작가군을 이루게 되었고 그들이 창작하는 인터넷 환경에 적응한 만화를 사람들은 ‘웹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웹툰’은 한국의 만화산업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시장이자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마음의 소리’는 포탈 사이트 네이버의 만화 웹툰 코너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으로 굳이 예전의 작품과 비교해서 유사점을 찾자면 일간스포츠에 연재되었던 양영순의 ‘아색기가’ 같은 형식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추구하는 일관된 관심사 위주로 가끔씩 일상의 편린들이나 자잘한 에피소드를 추렴하는 형식의 단막 콩트 같은 만화인데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에 부족함 없는, 정말 탁월한 개그 센스를 작가는 발휘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부끄러움이나 고정관념을 적절하게 풍자하며 비틀어내는 맛이 아주 맛깔스럽다. 젊은 층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누적 조회수 100만 건을 넘어선 이 만화가 중앙북스를 통해 드디어 단행본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만화 베스트셀러 부문에서 1위인 ‘파페포포 메모리즈’를 끌어내리고 단숨에 정상을 꿰찬 기세가 놀라운데, 인생이 무료하고 심난한 독자들에게 아주 가볍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