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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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견전 (동방팔견이문)

[팔견전(八犬傳) : 에도 시대의 극작가 타키자와 오키쿠니가 쓴 장편소설 ‘남총리견팔견전(南總里見八犬傳)’을 말한다. 아하국(일본 고대 국가의 하나)의 성주 사토미 요시자네의 딸 후세히메와 신견(神犬) 야츠부사 사이에 태어난 신비로운 힘을 가진 팔견사(八犬士)의 이야기...

2007-11-29 석재정
[팔견전(八犬傳) : 에도 시대의 극작가 타키자와 오키쿠니가 쓴 장편소설 ‘남총리견팔견전(南總里見八犬傳)’을 말한다. 아하국(일본 고대 국가의 하나)의 성주 사토미 요시자네의 딸 후세히메와 신견(神犬) 야츠부사 사이에 태어난 신비로운 힘을 가진 팔견사(八犬士)의 이야기로 이 8명의 이름에는 전부 견(犬)자가 붙으며,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충(忠), 신(信), 효(孝), 제(悌)의 구슬을 가지고 있다]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죄란 말인가?” ‘팔견전’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이자 소재는 일단 ‘요검 무라사메(村雨)’라 할 수 있다. ‘무라사메(村雨)’란 일본 전설의 무기 중 하나로 아시카 가에 전해지는 비검으로 그 예리함이 지나쳐 허공을 베면 물이 나온다 하여 무라사메(村雨)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팔견전’은 위에서 소개한 실제의 소설 ‘남총리견팔견전’에서 모티브를 얻고 전설의 검(檢)이라는 ‘요검 무라사메(村雨)’를 소재로 삼아 작가가 재구성한 퓨전판타지 만화다. “절대로 무라사메를 만져서는 안 되느니라. 이 검은 ‘살아’있기 때문에. 인간을 사랑하고 증오하며 그 모습을 바꿔서 나타난다. 사랑하는 자에게는 ‘약속’을, 증오하는 자에게는 ‘재앙’을….그리고…..” 이 만화에서 ‘요검 무라사메(村雨)’가 가장 중요한 소재라 말하는 이유는 작가가 창조한 요괴와 인간,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환상의 공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무기이자 ‘자신의 의지만으로도 요괴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기도 한 것이 ‘요검 무라사메(村雨)’ 이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 무라사메는 주인공 시노와 계약을 맺고 시노의 몸 속에 깃들어있는 일심동체 형태의 무기로 설정되었다. 평상시에는 까마귀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시노의 곁에 존재하거나 시노의 팔에 새겨져 있는 문신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시노의 몸이 위험에 처하거나 시노가 자신을 소환할 때는 엄청난 요기를 발하며 섬뜩한 모습으로 나타나 주위의 모든 것을 소멸시켜버린다. 작품의 중간에 등장하는 ‘너무나 오래 살아서 땅만큼 거대해진’ 이무기조차도 죽일 수 있다는, 그야말로 요괴의 천적인 것이다. “그 때 선택 받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아니, 나와 소스케는 한 번 죽었다. 여동생 같은 하마지,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여동생, 그것만은 안 돼, 언제나 함께였던 요시미와 소스케도 죽는 건 절대로 용서 못해, 우리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걸. 「그렇다면 선택해라」” “오오츠카 마을의 화재”라 불리는 참변에서 마을 주민이 모두 불타 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년 두 명과 소녀 하나, 그것이 작품의 주인공인 시노와 소스케, 그리고 미소녀 하마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생명의 위험을 느낀 시노에게 누군가 속삭였다. ‘선택’하라고, 그리고 시노는 자신의 시간과 맞바꾸어 무라사메와 계약을 맺는다. 영원히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무라사메와 생명을 공유하는 대가로 자신의 생명과 소스케, 하마지, 그리고 자신의 애견 요시미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그 ‘선택’의 결과로 소스케와 요시미는 하나의 몸이 되어 시노와 무라사메의 관계처럼 되어버린다. 그래서 때로 소스케는 ‘개’의 모습으로 변하곤 한다. “너는 그것과 함께 시간이 멈추어 버렸구나. 우리도 시간과는 연이 없느니라. 넌 그 모습으로 그것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해” 이 만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들은 소설 ‘남총리견팔견전’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팔견사(八犬士)”에서 모티브를 따와 이 8명의 이름에는 전부 견(犬)자가 붙으며,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충(忠), 신(信), 효(孝), 제(悌)의 구슬을 가지고 있다. 무라사메와 계약을 맺고 평생을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 이누즈카 시노, 충견 요시미와 일심동체가 되어 목숨을 건졌지만 영혼의 반이 빠져나가 ‘그림자’ 인간이 존재하며 어느 지점의 기억을 잃어버린 이누카와 소스케, 눈의 여왕 유키히메가 수호신으로 붙어있는 이누야마 도세츠, 천둥과 벼락의 요괴와 생명을 나눠가진 이누타 코분고, 이누카이 겐바치, 소스케의 ‘그림자’에게 심장을 빼앗겨 야차공주의 심장을 대신 받아 살아가는 이누사카 케노 등이 등장하고 이들 ‘팔견사’외에도 ‘짐승 빙의의 네 가문’이라는 특별한 존재들이 등장하는데 견신 야츠후사의 빙의체인 사토미 리오, 다섯 마리의 여우 ‘오호’의 빙의체인 오사키 카나메, 이무기 치카케의 수호를 받는 뱀신 빙의체인 미즈키 아야네 등이 별도로 등장한다. 그들 중 최고의 권력자처럼 등장하는 견신 사토미 리오가 이누즈카 시노에게 너희들의 것이라며 효(孝)와 의(義)의 구슬을 선사하고 나머지 여섯 구슬의 행방과 사람을 찾으라는 부탁을 하는데 그것이 이 장대한 판타지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그림도, 에피소드도, 감수성도 매우 팬시한 느낌이 강하고 구성과 연출이 좀 산만하지만 무언가 ‘거대한 미스터리’에 도달해가는 전설의 용사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라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