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즌 (COUSIN)
“「…이건 아니잖아?」그것이- 고등학교 졸업식 날 느낀 솔직한 감상이었다. 시라카와 츠보미, 열여덟 살 더하기 9개월….안녕- 별 다를 것 없는 나의 학창시절” 집 앞의 번화가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프리터(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
2007-11-05
이지민
“「…이건 아니잖아?」그것이- 고등학교 졸업식 날 느낀 솔직한 감상이었다. 시라카와 츠보미, 열여덟 살 더하기 9개월….안녕- 별 다를 것 없는 나의 학창시절” 집 앞의 번화가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프리터(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부모에게 얹혀사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회에 데뷔한 시라카와 츠보미는 통통한 얼굴과 몸매, 수더분한 성격 때문에 아이들에게 ‘봉’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츠보미에게는 브라운관 앞에서 상큼한 주스광고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연예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시라카와 노니라는 사촌이 있다. ‘사촌은 연예계 데뷔, 나는 프리터 데뷔, 이거 시작부터 너무 차이가 나는 거 아냐?’ “난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힘들어 보이는 일은 적당히 피하며 그럭저럭 즐겁게 보냈던 것 같은데, 결국… 적당한 길만 선택해 온 나는- 뭘 해도 적당한 결과밖에 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남들의 눈에 띄지도 않고, 크게 뒤쳐지지도 않으며, 결코 앞질러 나간 적도 없이 말 그대로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츠보미에게 사회생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사회인들과 사회의 룰로 부딪히고 또래의 남자 동료들과 성숙한 남자손님들과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츠보미의 가슴속에서는 조용한 불길 하나가 타오르기 시작한다. “변하고 싶어….” “어떻게든 기운 내- 굉장히 작은 한 걸음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꼭 필요한 거야, 지금까지- 계속 도망만 쳤잖아?”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해가는 소녀의 심정을 아주 세심하고 감수성 넘치게 다루고 있는 이 작품, “커즌”은 순정 만화 계에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장르인 “일상물”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남자독자들에게는 큰 재미와 감동을 일으킬 만한 작품은 아니다. 여성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섬세함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연출법이기 때문이다. 직장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OL물은 굉장히 많이 나와있지만 이렇게 인생에 있어서 변화의 시기를 다룬 ‘일상물’은 처음이라 나름대로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언제나 ‘일상물’을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한계점, 큰 축이 되는 스토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