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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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 GREEN (농촌 총각에게 시집갈래요)

“농촌 총각에게 시집갈래요” 라는 이색적인 부제가 붙은 작품 “그린”은 조리사 공부중인 도시 처녀 와코가 농촌의 왕자님 마코토에게 반해 ‘농촌에서의 결혼생활’이라는 일생일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농사일과 농촌생활로 불철주야 동분서주한다는 내용의 좌충우돌 ...

2007-11-01 이지민
“농촌 총각에게 시집갈래요” 라는 이색적인 부제가 붙은 작품 “그린”은 조리사 공부중인 도시 처녀 와코가 농촌의 왕자님 마코토에게 반해 ‘농촌에서의 결혼생활’이라는 일생일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농사일과 농촌생활로 불철주야 동분서주한다는 내용의 좌충우돌 연애기로 이색적인 소재도 소재지만 작가 특유의 인물 설정이 불러일으키는 재미가 정말 쏠쏠한 작품이다. “노다메 칸타빌레”, “주식회사 천재패밀리” 등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색깔로 한국에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한 작가 니노미야 토모코의 “그린”은, 비록 4권 분량의 짧은 작품이지만 자신만의 색깔과 재미, 소재에 대한 전문성 등 수작이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치치부’라는 작은 농촌의 일상으로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치치부’ 마을은 일본에 실재하는 마을로 작가의 친정이자 고향집이라고 한다) “찾으러 간다는 것보다, 붙잡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 ….줄곧. 처음 그 강가에서 만났을 때부터 – ” 전작인 “주식회사 천재패밀리”에서도 느꼈지만 니노미야 토모코의 러브스토리는 일반적인 순정만화와는 확연히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차별성은 아마도 이 작가만의 독특한 감수성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깔끔함’이라 표현하고 싶다. 애절하고 끈적거리는 러브스토리도 물론 매력이 있지만 시종일관 상큼함을 유지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이런 러브스토리도 만만치 않은 중독성과 감동을 가져다 준다. 특히 여기에 소개하는 작품 “그린”에서는 서로가 자라온 환경과 각자의 생각이 너무도 다른 두 남녀가 하나의 커플로 맺어지기까지, 어느 에피소드에도 작가가 억지로 부여하는 ‘인위적인 조건’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굳이 부여한다면 아주 독특한 성격과 스타일을 가진 와코의 부모님 정도일까?^^) 작은 농촌마을에서 살아가는 평범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수시로 등장하여 사건의 소재와 이야기의 색깔을 부여하고 다른 작품에서라면 ‘주연’과 ‘조연’으로 확연히 나누어질 인물관계도 이 작품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코토와 와코를 제외한 ‘조연’들의 개성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처럼 여겨질 정도로 개성적이고 재미있는 인물들이 매 회 별로 등장한다. (물론, 이 작품에 최고의 재미를 부여하는 것은 와코의 엽기적인 캐릭터이지만^^) 그래서 이러한 ‘조연’들과 주인공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동안 오해도 발생하고, 사랑도 깊어지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일상이 이어지면서 둘은 결국 맺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이 끝날 때까지 독자들은 마코토와 와코가 이별할까 봐 한번도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서서히 ‘농촌생활’에 동화되어가는 와코의 마음과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뿌듯해하는 마코토의 마음은 회를 거듭할수록 매우 따뜻하고, 두텁고, 평화롭게 변해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