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장사 (死化粧師)
엠바밍(embalming) - 시신에 방부, 살균, 복구 등의 처리를 하여 생전의 모습에 가깝도록 되돌려주는 기술, 유체 복원, 또는 시신 위생처리라고 한다. “그의 직업은 ‘엠바머’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매우 드문 직업으로 ‘엠바밍’이란 시신을 생전의 모습과 ...
2007-10-31
석재정
엠바밍(embalming) - 시신에 방부, 살균, 복구 등의 처리를 하여 생전의 모습에 가깝도록 되돌려주는 기술, 유체 복원, 또는 시신 위생처리라고 한다. “그의 직업은 ‘엠바머’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매우 드문 직업으로 ‘엠바밍’이란 시신을 생전의 모습과 똑같이 복구하는 기술을 말한다. 원래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는데, 부활을 믿는 크리스트 교단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고 한다. 엠바밍을 마친 시신의 모습은 마치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으며 미국에서는 변호사에 맞먹을 정도로 인정 받는 직업이라고 한다.”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유일한 평등함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이다. 어떤 인간이든 모두 죽는다. 이 무겁고도 처절한 진리를 벗어난 생물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특히나 인간에게 이 진리는 매우 각별하다. 나름의 기술과 문명을 갖추고 자연과의 투쟁을 통해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인간이지만, 오랜 역사가 증명하듯 자연과의 투쟁에서는 이겼으되 인간 사회 내부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는 해결하지 못했다. 사회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도시의 불빛이 화려함을 더할수록, 그에 따른 인간들끼리의 부작용과 음지는 더더욱 깊어지고 넓어졌다. 민족, 인종, 종교, 부…실로 갖가지 이유를 달아 인간들은 전쟁을 해왔다. 그리고 그 오랜 투쟁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인간과의 사이는 더더욱 멀어지고 골이 깊어져 갔다. 그런 가운데 어느새 인가부터 가장 평등한 안식으로서의 ‘죽음’은 문학의 소재로서도, 철학의 소재로서도, 과학의 소재로서도 아주 오랫동안 다루어져 왔으며 죽음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에 따라 종교관과 세계관도 달라졌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사화장사(死化粧師)”는 엠바머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 신쥬로가 갖가지 사연을 가진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준다는 이야기로 그간 보아왔던 순정만화 중에서는 다소 독특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지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소재의 독특함과 세련된 그림체에 비해 이야기의 구조가 너무 허술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작가의 역량인지 편집부의 기획의도 탓 인지는 몰라도 너무나 감정선을 섬세하게 가져가려 노력한 탓에 이야기의 얼개가 너무도 단순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저 다만 누군가의 죽음에는 각자의 의미와 각자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정도의 주제를 강조하며 몇몇 에피소드들이 끝을 맺는다. 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이야기가 허술하면 범작에 머무르고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