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도 (無敵道)
“죽여버려. 그 남자를!!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그 정도 각오는 돼있어야지!!” 신주쿠 가부키쵸, 인종, 유흥업소, 범죄… 모든 것이 끝도 없는 동양 제일의 환락가, 온갖 잡귀가 날뛰는 이 동네의 한 귀퉁이에 약자 구제의 간판을 내건 한 남자가 있다. 절망의 늪을...
2007-10-30
이지민
“죽여버려. 그 남자를!!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그 정도 각오는 돼있어야지!!” 신주쿠 가부키쵸, 인종, 유흥업소, 범죄… 모든 것이 끝도 없는 동양 제일의 환락가, 온갖 잡귀가 날뛰는 이 동네의 한 귀퉁이에 약자 구제의 간판을 내건 한 남자가 있다. 절망의 늪을 허덕이는 사람이라도 각오를 하고 그 남자를 찾아가면, ‘무적당’으로 가면 반드시 그가 운명을 바꿔준다-!! “해결사”라는 직업은 사실 사전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다. 남의 트러블을 인수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은 변호사와 같지만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의 일을 대부분 처리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양지에서 버젓이 드러내놓고 간판을 걸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 직업이 현실에는 분명히 존재할까? 그것이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가 그 안에 스스로 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이자 부조리일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시스템이 체계화 되더라도 자본주의는 어차피 자본이 굴러가며 부를 재창출해 유지되는 경제 시스템일 뿐, 인간의 정신적인 면이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주는 사회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더더욱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뜨려 가진 자와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경쟁”과 “착취”를 그 기본 모토로 삼는 굉장히 비인간적인 제도이다. 수많은 사회학자들의 이야기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극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진리는 도처에 존재한다. 법으로도 억울함을 해결할 수 없고, 폭력이던, 학력이던, 사회적 배경이던 모든 사회적 여건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위기에 봉착했을 때, 더군다나 사건 자체가 경찰이나 사법부에 기대기 어려운 성질의 것일 때, 누군가를 찾아가곤 한다. 어떠한 수단이든 가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 그 거친 직업을 가진 이들을 세상사람들은 “해결사”라고 부른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도모토 레이지는 신주쿠 가부키쵸에서 “무적당”이라는 해결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거칠고 무거운 남자다. 사랑에 얽힌 아픈 과거를 가진 남자라고 친구들은 얘기하지만 정작 사랑에 얽힌 그의 과거는 암흑가의 사나이들도 벌벌 떠는 뒷세계의 전설, “만지사변”이라 불리는 폭력단 괴멸 사건이다. 과거의 그는 자신을 “교섭인”이라 부르며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한 마리 늑대 같은 자유로움과 흉포함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트러블을 해결해주던 유명한 해결사였다. 그러나 “만지사변”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사랑하던 여자를 잃고 무언가에 초탈한 듯 변해버린 그는, 현재 여자나 밝히는 게으른 중년남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무적당”의 모토는 오직 하나, “자신의 목숨값, 또는 운명을 바꾸는 값은 무지하게 비싸다. 그러나 “각오”를 하고 찾아오면 반드시 트러블을 해결해준다.”이다. 이 책은 매 회 별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무적당”을 찾아오고 거기에 맞게 트러블을 해결해주는 레이지의 사건 해결 일지 같은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아서 작품성의 여부를 논하기에 부족하지만 “시티헌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해결사”만화의 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오히려 나에게 센세이션하게 다가온 것은 이 만화의 주인공 레이지가 실제인물을 모델로 했다는 점인데 이 “무적도”라는 작품은 실제로 신주쿠 구호센터를 설립하고 밤낮으로 약자구제에 목숨을 바치고 있다는 남자, 겐 히데모리의 자서전을 기초로 창작된 만화라고 한다. 책 소개의 말미, 원작자의 말 하나를 소개하고 갈무리하고자 한다. “내게 돈은 없다. 있는 것은 목숨이다. 모든 것의 원천을 만들어내는 ‘생명’이 있다. 충분하다. 그것만 있으면 즐거우니까” – 원작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