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에뷔오네 (Evyione)

“첫 번째로 한 마법사의 사랑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이번에도 사랑 이야기입니다. 조금 슬프고 아주 로맨틱한 이야기가 좋겠군요. 그럼 이렇게 시작해볼까요?” - 권두에서 귀여운 여자 마법사와 죽기를 갈망하는 아름다운...

2007-10-26 이지민
“첫 번째로 한 마법사의 사랑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이번에도 사랑 이야기입니다. 조금 슬프고 아주 로맨틱한 이야기가 좋겠군요. 그럼 이렇게 시작해볼까요?” - 권두에서 귀여운 여자 마법사와 죽기를 갈망하는 아름다운 마왕의 사랑이야기를 웅장하고 아름답게 풀어낸 “마스카”로 수많은 여성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작가 김영희가 이번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판타지 시대극을 들고 독자 앞에 돌아왔다. 그런데 주인공이 인어공주가 아니라 ‘인어왕자(?)’다.^^ “깊고 깊은 바닷속에 어둠의 심연 안쪽, 투명한 바닷물의 흐름조차 멈추어버릴 어슴푸레한 암흑 속에서 바다의 권속 전부가 두려워하던 잔혹한 마녀가 입을 열었습니다. 바다의 권속 전부를 합친 이상으로 특별하게 아름답고 고귀했던 한 남자를 향하여…..”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세요. 왕이여.” “태양을 갖게 해다오.” 김영희의 작품에는 ‘향수’가 있다고 순정만화 팬들은 말한다.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중반을 거치는, 시대의 정서를 관통하며 수많은 히트작과 다양한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던 한국 순정만화의 전성기, 그 화려했던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감수성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기실 “마스카”는 판타지 장르라기보다는 로맨스 장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외형적으로 드러난 스토리가 ‘죽기를 갈망하는 아름다운 마왕’과 ‘평범하고 귀여운 여자’의 사랑이야기라는 점이 작품의 본질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절대적이고 완벽한 남자’(마왕)와 ‘평범하고 귀여운 여자’(아사렐라)로 구성된 남녀 주인공에 모든 조건이 완벽하지만 끝내 그녀의 남자가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조연’(엘리후)까지 등장시키며 웅대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연출방식은 전성기 시절 순정만화의 ‘흥행법칙’이자 ‘감성코드’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에뷔오네” 역시 마찬가지로 이 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인간의 모습을 원하는 절대적이고 완벽한 남자’(인어 왕자)와 ‘자유를 갈망하는 귀여운 여자’(에뷔오네 공주)가 등장하고 1권밖에 나오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아직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해도 ‘안타까운 조연’(피델리스)으로 그칠 기미가 보이는 남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에뷔오네”의 장점은 아무리 익숙한 ‘법칙’과 ‘코드’를 등장시키더라도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고 ‘매우 재미있다’는 것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알차고 풍성하게 이끌어가는 힘이 김영희의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