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누각의 주인 (아름다운 영국시리즈 2)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의 작가 하츠 아키코의 단편집 ‘아름다운 영국 시리즈’ 두 번째 권인 “공중누각의 주인”이 나왔다. 첫 번째 권인 “차이나 버드”는 총 다섯 편의 단편과 짧은 에스프리 2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으로 근세 영국의 사교계를 무대로 미스터리한 에피소드와 ...
2007-10-02
이지민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의 작가 하츠 아키코의 단편집 ‘아름다운 영국 시리즈’ 두 번째 권인 “공중누각의 주인”이 나왔다. 첫 번째 권인 “차이나 버드”는 총 다섯 편의 단편과 짧은 에스프리 2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으로 근세 영국의 사교계를 무대로 미스터리한 에피소드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섞어놓은 판타지이다. 약간은 어두운 바(bar)에서 은은한 조명아래 아름답게 빛나는 칵테일을 맛보는 느낌의 단편들이 무척이나 잘 어우러져 있는 이 단편집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라면 소장의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매우 잘 만들어진 작품집이다. 이번에 출시된 두 번째 권 “공중누각의 주인”은 단 두 개의 에피소드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등장인물도 동일하여 단편집의 느낌보다는 중편 분량의 1권짜리 단행본이라 보는 것이 더 적당할 듯하다. 작품의 분위기나 컨셉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다소 긴 이야기의 흐름 탓에 “차이나 버드”에 비해 상큼하고 깔끔한 맛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긴 이야기에는 긴 이야기에 어울리는 미덕이 있듯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선택해준 독자에게 결코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다. “나의 놀이터는 늘 공상 속 세계. 늦은 오후의 도서관이나 아무도 없는 정원 한 켠. 홀로 보내는 한밤중 침대 속에서. 나는 곧잘 그곳으로 놀러갔다.” 첫 번째 단편 “공중누각의 주인”은 미스터리한 힘을 지닌 소년과 이세계(異世界)에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골동품 상인의 이야기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친척들에게 귀찮은 짐이 되어버린 빅터 베리즈포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명예뿐인 작위가 그를 보호할 유일한 수단인 가난뱅이 귀족 출신의 소년이다. 후에 작위를 원하는 부자들에게 비싼 값에 정략결혼이라도 시키려는 목적을 지닌 친척들의 집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자랐지만 가는 곳마다 잘 지내지 못하고 결국 먼 친척인 골동품상인 엠브로즈 맥클라우드에게 떠맡겨진다. 다행스럽게도 맥클라우드는 작위나 재물에 크게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빅터도 그런 그와 잘 지내보려 노력하지만, 무언가 신비로운 분위기의 맥클라우드 저택에서는 빅터로 인한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이런 이야기를 믿으시나요? 미스터 맥클라우드, 이 집은 어찌된 영문인지 때때로 저쪽 세계와 연결된답니다.....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게 여기거나 소란을 피우기 때문에 사실 타인에게는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만, 당신에게 이야기 한 것은 당신이 진심으로 메르디스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당신이 메르디스를 사랑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미스터 맥클라우드, 정말로 그녀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가요? 우리 세계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겪을 각오는 되어 있나요?” 두 번째 단편 “머나먼 초록빛 나라”는 앞선 단편 “공중누각의 주인”에 등장하는 엠브로즈 맥클라우드와 그의 부인 메르디스가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신비로운 사랑이야기로 시점 자체가 “공중누각의 주인”보다 한참 앞서있는 이야기이다. 이 두 번째의 단편이 앞선 단편을 완벽하게 보완해주면서 비로소 이 신비로운 이야기는 아름답게 완성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