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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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소년 (冒險少年)

읽는 이에게 깔끔한 뒷맛을 남겨주는 아다치 미츠루의 단편집 “모험소년”이 출간되었다. “터치”, “H2”, “러프” 등 전작의 명성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작가 아다치 미츠루는 “겨울 이야기”, “내 집으로 와요”의 하라 히데노리와 함께 청춘만화의 ...

2007-09-28 이지민
읽는 이에게 깔끔한 뒷맛을 남겨주는 아다치 미츠루의 단편집 “모험소년”이 출간되었다. “터치”, “H2”, “러프” 등 전작의 명성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작가 아다치 미츠루는 “겨울 이야기”, “내 집으로 와요”의 하라 히데노리와 함께 청춘만화의 최고봉이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작가라 하겠다. 이 두 작가의 공통점이라면 아련한 청춘의 느낌을 깔끔하게 잡아내면서 애잔한 여운을 남겨주는 연출법을 구사하는 것인데, 이번에 나온 아다치 미츠루의 단편집 역시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내일은 1년을 망설인 끝에 신청한 데이트 첫 날이었다.” 첫 번째 단편 “문의 저편”은 판타지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여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단편으로 시간을 되돌리고자 열망하는 한 남자에게 신비로운 일이 벌어진다는 설정의 이야기이다. 어릴 적 누구나 꿈꿔본 도라에몽의 마법주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이 단편엔 실제로 ‘도라에몽’이라는 위대한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헌사가 담겨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야, 현재의 우리에게” 두 번째 단편 “미로”는 어릴 적 겪었던 큰 사건으로 인해 신뢰관계가 무너진 죽마고우들이 고향에 남아있는 친구의 개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향길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친구를 죽인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평생 받아오면서도 묵묵히 우정을 믿으며 자신의 길을 가고 있던 고향 친구에게 죽은 친구의 유령이 나머지 세 친구들의 오해를 풀어준다는 잔잔한 내용이다. “저 녀석은 눈치 챈 거예요, 내가 여기에 맞으러 왔다는 걸...” 세 번째 단편 “영웅”은 어린 시절 형제처럼 지냈던 동네 후배에게 꺼림칙한 마음의 빚을 안고 사는 과묵하고 소심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읽는 이에게 통쾌하고 화사한 결말을 남겨주는 깔끔한 단편이다. “어째서 어른들은 믿어주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못 쳤어도 이번엔 틀림없는 홈런인데” 네 번째 단편 “하늘색 아치”는 어린 시절 리틀 야구를 경험했으나 아버지가 감독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스스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한 남자가 자신의 아들을 통해 그 것을 해소한다는 이야기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단편이다. “네가 왕자님이었군.” 다섯 번째 단편 “송신”은 각자의 삶에 지쳐있던 초등학교 동창생 남자 둘이 유괴라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통해 어린 시절의 마돈나를 만나게 된다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로 타임캡슐에 관한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는 완성도 높은 단편이다. “꼭 옛날의 자기처럼 생겼더라.” 여섯 번째 단편 “시간의 계단”은 가장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단편으로 어린 시절의 불운으로 모든 것을 잃고 도둑이 되어버린 한 남자가 옛 소꿉친구의 집에 도둑질을 하러 잠입했다가 30여년의 시간을 되돌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뭐 두고 가신 거 있으세요?”, “네, 10년 전이지만....” 일곱 번째 단편 “스케치북”은 가장 아다치 미츠루다운 단편이다. 대학 시절 자주 다녔던 커피숍에서 10년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누군가의 시간과 마음을 다시 알게 된다는, 사랑에 관한 짧은 단편으로 마지막으로 수록된 단편답게 책의 무게를 적절히 살려주면서도 읽고 난 뒤의 여운을 오래도록 느끼게 해주는 완벽한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