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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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닌 (solanin)

청춘의 느낌이란 정확히 무얼까? 아마도 정확한 느낌을 잡을 수 없어서 청춘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거쳐 가는 청춘이라는 시간,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어둡고 칙칙했을 수 있으며,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어른이 된 지금도 봄만 되면 내내...

2007-06-05 석재정
청춘의 느낌이란 정확히 무얼까? 아마도 정확한 느낌을 잡을 수 없어서 청춘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거쳐 가는 청춘이라는 시간,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어둡고 칙칙했을 수 있으며,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어른이 된 지금도 봄만 되면 내내 자극받게 하는 추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청춘에 대한 공통적인 단어가 있다. 바로 아련함과 아쉬움이다. 무언가 부족하기도 했고, 무언가 충만하기도 했던 불안정한 시간, 그래서 더욱 아쉽고, 그래서 더욱 아련하게만 느껴지는 청춘,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소라닌’은 아련하고 아쉬운 청춘의 시간을 잔잔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만화다. “..... 그러고 보니 나와 다네다가 사귀기 시작할 무렵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어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제각각 아득히 먼 북쪽과 남쪽에서 상경한 나와 다네다는 도쿄의 압도적인 밀도와 복잡함에 머리가 어리둥절하고 어딘지 모르는 혹성에 단둘이 찾아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허전하고 불안했지만, 한편으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에 -, -그 무렵의 하늘은 한없이 드넓었다. 지금 내 위로 펼쳐진 하늘은 낮고 좁고 그리고 무겁다. 도쿄에는 마물이 숨어있다. 나한테 좀 더 다른 길이 있진 않을까? 좀 더 다양한 기회가 이 거리 어딘가에 잠들어 있진 않을까? ‘인생의 레일 따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면 되잖아?’ 하는 검은 속삭임이 어디선가 들려온다.” 주인공인 이노우에 메이코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사무기기 업체에 다니는 평범한 OL이다. 대학동기로 신문사 허청업체에서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 남자친구 다네다와 동거한지 1년 정도 되었고 회사 상사의 잔소리와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 전철에 매일매일 시달리며 하루에도 열두번씩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점심시간이 되면 회사 건물 옆 골목에 나타나는 도둑고양이 헤이하치에게 신세타령을 하는 것이 메이코의 일과다. 항상 자신을 닦달하면서도 뒷구멍으로는 저녁이나 같이 하자는 음흉한 쪽지를 보내는 부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메이코는 또 다시 음흉한 쪽지를 받고 기분이 완전히 상해서 회사를 조퇴한다. 방으로 돌아온 메이코는 밤새 야근을 하고 완전히 곯아떨어진 다네다에게 메이코는 혼잣말처럼 조용히 “나 회사 그만둘까봐”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는 줄 알았던 다네다가 갑자기 입을 연다. “...그만 둬, 정말 네가 그만 두고 싶다면....어떻게든 될 꺼야, 설령 사람들이 바보 취급하거나 미래가 불투명하고 결국에 닿은 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해도 너와 난 함께 할 테니까,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다네다의 말에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진 메이코는 오랜만에 즐겁고 편안하게 잠을 자고 늦잠을 자고 깨어나 보니 식탁엔 아침을 챙겨놓고 출근한 다네다의 자상한 메모가 남겨져있었다. 베란다로 천천히 걸어 나가보니 생뚱맞은 풍선 하나가 베란다 기둥에 매달려 있었고 메이코가 그것을 잡으려하자 풍선은 메이코의 손을 떠나 멀리 푸른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로 날아가는 풍선과 주위의 풍경들을 한참동안 쳐다보던 메이코, 그녀는 그 날로 사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