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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다발 (타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천재작가’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다카하시 루미코의 단편집 한국어판 3종 세트가 학산 문화사에서 나왔다. 작가도 작품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원래 창작이라는 것은 각자의 색깔, 즉 작가의 개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대중에게 인정받기 마련인데 다카하시 루미코...

2007-06-01 석재정
‘천재작가’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다카하시 루미코의 단편집 한국어판 3종 세트가 학산 문화사에서 나왔다. 작가도 작품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원래 창작이라는 것은 각자의 색깔, 즉 작가의 개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대중에게 인정받기 마련인데 다카하시 루미코는 아주 드물게 모든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전천후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1996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2007년 현재에도 여전히 최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판타지 장르의 대표작 “이누야사”부터 “란마 2/1”, “우르세이 야츠라”, “메종일각”, “1파운드의 복음”, “인어 3부작” 등 인간심리의 틈새를 정확히 파악하여 웃음과 눈물을 잡아내는 다카하시 루미코는 유명한 편집자 시라이 카츠야로부터 ‘10년, 20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는 찬사를 받은 작가로 그녀의 작품을 읽어가다 보면 정말 천재가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하루만의 꿈 ‘그래...그 때 나는,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냈을 뿐이다. 마사히코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녀석이 왜 학교에 안 가게 됐는지, 왜 그런 곳에서 일을 했는지, 알려하지도 않았다. 아는 것이 무서워서. 아빠가 너무 늦은 건 아니냐? 마사히코, 아빠에게 이야기해주겠니? 네 고민은 뭐냐? 꿈은 뭐냐? 우리 진짜 대화를 하자, 마사히코!! - 아저씨 그래피티 ‘아아....오길 잘했다...., 저도요.....그리고 한참이나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벚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 의리상 바캉스 ‘나는 칭찬받고 싶었나? 그 지경이 돼서, 이제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데, 그렇게 되어 버린 아버지에게 나는 칭찬받고 싶었던 건가? 감사를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단지 칭찬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어린애였다.... 며칠 후 아내가 퇴원했다. 집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기뻐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는 부축을 받으면서나마 걸어서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부축을 하는 것은 나다.’ - 헬프 ‘아아, 그렇지, 죽기 전날이었어, 정리해고 때문에 불안해서...그래도 아내에게는 말을 못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 하고......여보, 나는...역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었어. 난 당신밖에 없다고. 당신을 외롭고 쓸쓸하게 하고 당신에게 의지하기만 했어,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는지 모른다 싶었지만, 그래도 같이 있고 싶었어, 나는 당신에게 꽃을 선물했어, 여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이제 곧 가야해, 좀 더 일찍 이런 저런 것들을 깨달았으면 좋았을 걸, 그래도...내 인생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붉은 꽃다발 ‘이렇게 해서 아무도 모르게 나의 달콤 쌉싸름한 꿈은 끝났다. 아내는 이틀을 머물며 온 방을 쓸고 닦았다. 그 후 스즈카 씨와는 만나지 않았다. 나는 좀 멀리 있는 이발소에 다니고 있다.’ - 퍼머넌트 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