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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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즈 온 더 런 - BOYS ON THE RUN (사춘기를 향한 역주행)

일본의 성인만화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면 샐러리맨들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다룬 ‘직장인 만화’가 있다. 이 장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시마과장’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지만 리얼함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판타지적인 요소(중년 같지 않은 시마의 잘 관리된...

2007-05-30 장헌길
일본의 성인만화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면 샐러리맨들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다룬 ‘직장인 만화’가 있다. 이 장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시마과장’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지만 리얼함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판타지적인 요소(중년 같지 않은 시마의 잘 관리된 몸이라든가, 꼭 여자와의 억지 로맨스로 사건을 해결한다든가 하는 다소 무리한 설정들)가 너무 강해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고, 대학을 갓 졸업하고 문구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를 다룬 ‘나를 가져가’라든가, 버블 경제가 붕괴되어 가기 시작하면서 그 여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내부로부터 서서히 몰락해가는 금융업계의 현실을 리얼하게 파고든 ‘감사역 오자키’ 같은 만화를 추천하고 싶다. 여기에 소개하는 ‘보이즈 온 더 런’은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직장인 만화’의 전형적인 리얼함을 갖추고 있어서 다음 권이 빨리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일본의 청년들에게는 ‘군대’라는 과정이 없기 때문인지 한국의 비슷한 또래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인데 그만큼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힘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사회, 어느 국가나 이 또래의 남자들에게는 공통적인 고민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마도 ‘일’과 ‘사랑’인 것 같다. ‘내가 이 직장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여기가 내 인생의 종착역일까?’, ‘무언가 다른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 사람보다 못한 것이 도대체 뭐지?’ 등등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자기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자신만의 꿈’사이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안타깝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랑’에 관한 고민들이다. ‘저 여자의 진심을 알고 싶어’, ‘어떻게 해야 저 여자를 꼬실 수 있을까?’, ‘저 여자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등등 스스로의 에너지가 넘쳐나서 오히려 가장 불안한 시기의 남자들에게 이성에 대한 과도한 오버는 당연한 것이며 그에 따른 실수는 필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