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의 개 (타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학산 문화사에서 이번에 나온 다카하시 루미코의 단편집은 ‘P의 비극’, ‘전무의 개’, ‘붉은 꽃다발’ 이렇게 3개다. 앞서 소개한 “붉은 꽃다발”이 중년 샐러리맨들의 내면에 그 포커스를 맞춘 단편들 위주라면 “전무의 개”는 주로 소시민의 아기자기한 일상에 그 포커스를...
2007-05-29
석재정
학산 문화사에서 이번에 나온 다카하시 루미코의 단편집은 ‘P의 비극’, ‘전무의 개’, ‘붉은 꽃다발’ 이렇게 3개다. 앞서 소개한 “붉은 꽃다발”이 중년 샐러리맨들의 내면에 그 포커스를 맞춘 단편들 위주라면 “전무의 개”는 주로 소시민의 아기자기한 일상에 그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 작품에서 소소하지만 절대적인, 일상 속에 숨어있는 삶의 진리들을 자신의 단편 속에 완벽히 녹여낸 천재 작가 다카하시 루미코는 소시민의 일상에 약간의 판타지를 섞어 넣음으로서 인생의 비밀 한 자락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독자에게 선물하는데, 인간심리의 틈새를 정확하게 잡아내어 읽는 이의 웃음과 눈물을 뽑아내는 그녀의 빛나는 단편들은 세상사에 지친 성인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거라 생각한다. ‘마음 쓰지 마, 마츠리다, 너를 위해 한 거짓말이 아니니까,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해서야, 이 집은 나의 성이니까....고저스가 남편에게 아양을 떤다. 이 집의 주인으로 인정해준 모양이다. 그 후 마츠리다 전무와 칸나는 헤어지고, 고저스는 우리 집에서 맡게 됐다. 남편은 조금 승진했다. 결국 고저스는 나를 따르게 되었지만, 나는 남편을 조금 다시 봤다.’ - ‘전무의 개’ ‘아빠는 건강해졌다, 엄마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했다, 우리 집은 이사를 하고 가난해 졌지만.... 날씨 좋은 일요일에는 가까운 공원에 나가 도시락을 먹는다.’ - ‘방랑가족 F" ‘아찰라씨, 아찰라씨는 참 장해, 모르는 나라에서, 모르는 말을 배우고, 나는 틀렸어... 30년 넘게 회사를 위해 일만 하고, 아니... 나는 일 자체가 좋았지, 긍지도 있었고, 누구에게도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어. 그래서 실직했을 때 그렇게 억울할 수 없었어. 왜 내가 이런 처지가...하고, 그래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 그래도, 변할 수가 없어...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하나...’ - ‘당신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내가 죽었다, 결혼기념일이었다. 요 몇 년간은 그런 것을 축하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도 나는 밤늦게 귀가해서...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울어주고는 싶지만...나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서랍 속에서 결혼기념일 선물이 나왔다. 새 지갑이었다. “여보...언제나 고마워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요.” 앞으로 적적해 질 것 같다. 나는 조금 울었다....’ - ‘거실의 러브송’ ‘그 후 그이는 순식간에 회복됐다. 스트레스가 사라진 모양이다. 그이는 기억을 잃은 동안의 일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끔 도쿄에 사는 그 여학생한테서 엽서가 온다. 약간 울컥하긴 해도, 눈감아주려고 한다.’ - ‘열세살 아저씨’ ‘왠지 주민들이 모두 친절해졌다. 그리고 여왕은 얼마 후, 망명을 했다. 훗날 들은 소문으로는 여왕은 게 알레르기가 생겨, 그 좋아하는 게를 다시는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딱하게 됐다.’ - ‘보답 대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