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비극 (타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이누야사”를 비롯해 “란마 2/1”, “메종일각” 등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천재작가’ 다카하시 루미코는 1957년 생으로 1978년 ‘제멋대로인 녀석들’로 데뷔한 후 2007년 현재까지 건재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화가이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너무나 광대하고 다양해서 ...
2007-05-22
석재정
“이누야사”를 비롯해 “란마 2/1”, “메종일각” 등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천재작가’ 다카하시 루미코는 1957년 생으로 1978년 ‘제멋대로인 녀석들’로 데뷔한 후 2007년 현재까지 건재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화가이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너무나 광대하고 다양해서 무어라 한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지만 일단 ‘재미있다’, 그리고 ‘잔잔한 감동’과 ‘유쾌한 위트’가 공존한다. 이 세 가지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너무나 다른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그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그녀의 작품 세계에서 공통적인 점일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허영만 정도일까? 아무튼 소시민이야기, 공포물, 판타지장르, 학원물, 성인물 등등 손대는 작품마다 팬들을 열광시키는 이 대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정말 ‘천재 작가’다. 앞서 소개한 ‘붉은 꽃다발’, ‘전무의 개’와 함께 이번에 학산 문화사를 통해 출시된 ‘P의 비극’은 소시민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그녀의 단편집 시리즈 중 하나다. 앞선 두 작품과 괘를 같이 하는 단편집으로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웃음과 감동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데 앞선 두 단편집에 비해 조금은 더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작품들이 많이 있다. ‘백년간의 사랑’에 등장하는 염동력을 쓰는 할머니라던가 ‘L사이즈의 행복’에 등장하는 집동자 등은 작품을 재밌게 해주는 아주 유효한 판타지적인 설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판타지적인 설정이든, 사실적인 설정이든 간에 이 단편들을 통해 다카하시 루미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규칙이 빼앗는 수많은 자유, 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도 하늘도, 별도, 바람도, 빛도, 모두 너희들 거야, 우리가 주는 게 아니라... 피트는 대답대신 시원하게 응가를 했다. 카케이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에도 그 후에도...’ - ‘P의 비극’ ‘아가씨의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죠. 결혼은 제로에서 시작되는 낭만이라고, 예식장은 그러니까 제로의 땅이라고,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내 꿈을 도와주고, 아내를 만나게 해주신 아버님의 낭만회관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서....’ - ‘낭만을 파는 상인’ ‘모두 소중한 추억인데, 당신은 어찌 이리 쉽게 버리나?.... 난 말이죠. 당신과 달라서 소중한 추억은 모두 가슴 속에 담아둔다고요.’ - ‘포이의 집’ ‘얼마 후 토네가와 씨는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곰곰이 생각해봤는데...조금만 더 살아 있었다면 남편 분은, 아주머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거예요.” 쓸쓸해 보였지만, 토네가와 씨는 한껏 웃음을 지어 주었습니다.’ - ‘화분속의 비밀’ ‘역시.... 내가 되살아난 것도, 이런 힘이 생긴 것도, 다 이걸 하기 위해서였던 거야.... 다행....이다....’ - ‘백년간의 사랑’ ‘그 날 이후....집동자는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조금 비싸지만, 다른 새 집을 찾아 이사를 했습니다. 내게는 이제 안보이지만... 집동자는 오늘도 열심히 우리 집을 지켜주는 모양입니다.’ - ‘L사이즈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