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인도 (浪人刀)
만화로 각색하기에 가장 적당한 콘텐츠는 무얼까? 장담하건데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이라 자부한다. 그 설정과 스토리, 등장인물 등에 있어 상상력을 위주로 짜여 지는 이 장르는 만화의 기본 틀과 아주 유사하여 독자들이 읽을 때 만화를 보는 것과 거의 똑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
2007-04-30
석재정
만화로 각색하기에 가장 적당한 콘텐츠는 무얼까? 장담하건데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이라 자부한다. 그 설정과 스토리, 등장인물 등에 있어 상상력을 위주로 짜여 지는 이 장르는 만화의 기본 틀과 아주 유사하여 독자들이 읽을 때 만화를 보는 것과 거의 똑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되어있다. 실제로 유명한 무협지들은 만화화 되어왔으며 한국의 일일만화에는 아예 무협장르가 따로 구축되어 왔을 만큼 무협지와 만화 간의 호환은 지극히 일반적인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광폭난무”라는 만화를 보고 한순간 경악했던 적이 있었는데 1권밖에 나오지 않아 무척이나 섭섭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간의 한국 만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힘 있는 그림과 너무나 멋진 인물들의 동작, 한 편의 잘 만든 무협영화를 보는 것 같은 웅장한 스케일과 거친 연출법 등이 아주 좋았던 이 만화는 ‘도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 임석남의 야심작이었다. 현재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그 책을 냈던 세주문화사도 없어져 버렸지만 독자로서 그 책이 완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광폭난무’의 임석남 작가와 장성이라는 스토리 작가가 만나 공동으로 작업한 무협만화가 있다 길래 인터넷을 뒤져 겨우 찾아낸 이 작품은 ‘낭인도’라는 제목이었다. 먼저 결론을 말한다면 일단 완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7권까지 나오다 말았는데 작가든 출판사든 어떤 사정이 있던 간에 완결이 안 된 작품은 정말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림도 ‘광폭난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지 못했다. ‘광폭난무’ 전인지 후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정말 그 작가 맞나? 할 정도로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래서 결론은 별로 좋질 않다. 무림강호를 재패한 정파의 최고 단체 ‘제룡맹’, ‘제룡맹’의 맹주 제룡성자는 그만의 검법 ‘구궁철검’으로 1차, 2차 정사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창룡보’를 비롯한 무림 오대 세가의 보위를 받으며 ‘제룡맹’을 설립, 초대 맹주가 되어 강호의 1인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2차 정사대전으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제룡맹’의 장로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관에 담겨 ‘제룡맹’으로 배달되고 자신들이 ‘대붕방’의 사대빈객이라 말하는 가면을 쓴 세 명의 고수에게 ‘제룡맹’의 위신이 서서히 짓밟히기 시작한다. 이들 가면 괴인들은 ‘제룡맹’의 후기지수라 일컬어지는 적룡보의 옥기린을 시작으로 ‘제룡맹’과 관련된 세력들로 쳐들어가 잔인한 살육을 벌이는데 최초의 표적은 ‘제룡맹’을 보위하고 있는 무림오대세가들로 하나하나 파괴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사대빈객 중 마지막 한 명의 젊은 고수가 그 옛날 제룡성자에게 대항해 1차 2차 정사대전을 일으켰던 사공적풍의 잔혼마검을 손에 든 채 ‘제룡맹’의 정문 앞 건곤객잔에 투숙하고 ‘제룡맹’을 본격적으로 도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두 세력의 은원과 관계없이 자신의 할 일만 묵묵히 하고 다니는 젊은 관원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강추, 겉으로는 바보 같아 보이는 사내이나 그의 숨겨진 정체는 무림을 황실의 지배하에 두려 사전에 강호로 파견된 황제의 동생이었다. 황실과 ‘제룡맹’, 그리고 ‘대붕방’이 금릉의 건곤객잔에서 부딪히면서 서서히 강호에 피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