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ONE PIECE)
판타지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한 매력이 숨어있는 것 같다. 흔히 판타지라고 하면 애들이나 보는 장르라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독자들이 간혹 가다 있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판타지는 만화의 본질을 밑바닥에 탄탄히 깔고 그 무한한 확장력이 창조하는 세계 속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인다...
2007-04-27
장헌길
판타지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한 매력이 숨어있는 것 같다. 흔히 판타지라고 하면 애들이나 보는 장르라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독자들이 간혹 가다 있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판타지는 만화의 본질을 밑바닥에 탄탄히 깔고 그 무한한 확장력이 창조하는 세계 속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인다. 어차피 만화란 허구의 산물이고 타 문화장르에 비해 시간과 공간에 가장 제약이 없는 장르이기 때문에 판타지 장르는 만화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인지도 모른다. 현재 일본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독자들을 ‘위대한 항로’로 빨아들이고 있는 대작 ‘원피스’는 제대로 된 판타지 만화는 이런 것이라고 몸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계획으로는 100권이 종결이라는데 44권이 나온 현재,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제발 작품이 끝날 때까지 작가에게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한국에서는 1년에 4-5권정도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56권이 남았으니 작품이 끝날 때까지 남은 12년 정도야 이 작품을 너무도 사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 ‘원피스’는 대해적 시대. 전설의 해적왕 골드 로저가 남긴 보물중의 보물 ‘원피스’를 둘러싸고 해군과 해적들이 벌이는 모험 활극이다. 설정만으로 보면 너무나 뻔한 얘기 같지만 1권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독자는 작가가 창조한 대해적 시대 속으로 힘 한번 못쓰고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다른 해적 만화와 차별되는 ‘원피스’의 독특한 설정은 이 작가의 상상력이 과연 어디까지인가 존경스러울 정도로 무한하게 펼쳐지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악마의 열매’라 불리는 설정이다. ‘악마의 열매’는 열매의 이름에 따라 그것을 먹은 사람에게 개성적인 능력을 부여하는데 가령 주인공인 루피는 ‘고무고무 열매’를 먹어서 온 몸이 고무처럼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줄어든다. 사람들은 이 ‘악마의 열매’를 먹고 초인이 된 사람들을 ‘능력자’라 부르며 이들 ‘능력자’에게 약점은 오직 하나, 수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기상천외한 능력자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새롭게 등장하는 능력자의 각기 다른 힘을 보는 것도 이 만화의 가장 큰 재미의 하나다. 물론 등장인물 중에는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초인적인 힘을 가진 캐릭터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각기 그들만의 사연이 있다. 검객 조로의 경우, 매일 매일의 단련을 통해 이미 초인의 능력에 도달해 있는 ‘삼검류’의 달인이며, 요리사 상디 역시, 발차기 하나 만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는 ‘능력자’들을 잠재우는 무서운 남자인 것이다. 이러한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위대한 항로’라는 판타지 공간에 모여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는 한 번 잡으면 무조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매력을 만들어내며 아주 진한 감동을 간간히 선사하기도 한다. ‘원피스’의 주제는 딱 하나로 ‘믿을 수 있는 동료’다. 우리의 주인공인 루피에게는 검객 조로, 요리사 상디, 저격수 우솝, 의사 초파, 항해사 나미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믿고 맡기며 때로는 목숨을 던져서라도 지켜야 하는 ‘동료’들이 있다. 물론 이 만화에는 ‘베일에 싸인 고대 문명’이라는 거대한 큰 줄기의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이 만화를 이어나가는 힘은 루피와 그의 친구들이 모험을 통해 적이건 동료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충돌하거나 화해하면서 독자에게 전해주는 감동적인 메시지이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사연이 있다’라는 진리에서 출발해 그 무한한 세계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원피스’의 힘은 ‘다양성’과 ‘상상력’ 그리고 ‘따뜻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