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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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마운드

초등학생 같은 너무 작은 체격에 실력마저 없어서 선배들의 심부름이나 하고 있는 타마가와 고교 야구부 1학년 노나카 유타카는 비록 후보 선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소년이다. 유타카에게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폼을 똑같이 흉내 내는 특기가 있는...

2007-04-23 장헌길
초등학생 같은 너무 작은 체격에 실력마저 없어서 선배들의 심부름이나 하고 있는 타마가와 고교 야구부 1학년 노나카 유타카는 비록 후보 선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소년이다. 유타카에게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폼을 똑같이 흉내 내는 특기가 있는데 비단 프로야구 선수에게만 그 특기가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수라도 그 폼을 한번 보고 일주일정도 거울을 보며 연습하면 똑같이 재현해내는 천재적인 재주가 있다. 하지만 폼만 똑같을 뿐 실력까지 따라할 수는 없기에 유타카의 이 비상한 재주는 선배부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나 장기자랑 시간의 메뉴로 이용되는 특기일 뿐이다. 타마가와 고교 야구부에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한 키미지마 감독은 자신의 환영식에서 야구부 선배들부터 노모, 키요하라, 오치아이 등 유명 프로선수를 비롯해 현역시절 자신의 폼마저 똑같이 재현하는 유타카를 보고 유타카의 재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단번에 파악한다. 유타카의 재능에 흥미가 생긴 키미지마 감독은 센조쿠 고등학교와의 연습시합에서 만년 후보였던 유타카를 투수로 기용하는 과감한 용병술을 구사하고 주위 사람들은 물론 본인인 유타카마저 납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아주 약간의 자세 교정과 공을 던지는 법에 대한 간단한 어드바이스만으로 유타카에게 노모의 폼만이 아니라 노모의 강속구까지 끌어낸다. 비단 야구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세(form)다. 근력, 지구력, 체력 등의 간단해 보이는 기초 트레이닝에도 바른 자세가 필요하며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능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기초를 벗어나 기술을 익히는 고급 트레이닝 단계에 들어가면 자세의 중요함은 한층 더 강해진다. 바른 폼으로 기술을 익혀놓지 않으면 실력 향상은 고사하고 자신의 몸에 나쁜 버릇이 생겨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어느 유명한 야구 선수는 그런 말을 했다. “뛰어난 피칭도, 뛰어난 타격도 모두 바른 자세에서 비롯된다.”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들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폼이 있지만 기초에서 벗어난 폼은 한 가지도 없다. 어느 종목에서든 기본이라 불리는 자세를 연마하여 탄탄한 기초를 쌓은 후에 자신만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자세를 연마한 것이 소위 말하는 탑 플레이어인 것이다. 따라서 유명한 선수들의 폼을 그저 따라만 한다고 그들과 같은 위력이 재현되지 않는다. 탄탄한 기초와 그들만의 노하우를 알아야 진정으로 그들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인 유타카도 그저 단순히 흉내를 내는 재주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몇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폼을 거울 앞에서 흉내 내며 매일매일 체력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던 노력이 있었기에 키미지마 감독이라는 유능한 지도자를 만나 하루아침에 그 재능을 꽃 피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만화는 정말 흥미진진한 야구만화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노모의 강속구와 오치아이의 타격을 재현해내는 유타카의 능력에 키미지마 감독의 용병술이 합쳐지고 유타카가 평상시의 관찰력으로 선배와 동료들의 단점을 지적하고 키미지마 감독이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교습법이 먹혀들기 시작하면서 ‘만년 1회전 팀’ 타마가와 고교는 갑자원을 바라볼 수 있는 강팀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물론 야구는 아홉 명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키미지마 감독의 혹독한 기초 트레이닝을 견뎌내고 서로의 단점을 애정과 헌신으로 보완해주는 팀웍이 타미가와의 가장 큰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