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 - 信長 (노도의 권)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라 답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 때까지 달래겠다.’ 라 답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라 답했다 한다. 일본의 전국시대, 각지의 영주...
2007-03-30
석재정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라 답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 때까지 달래겠다.’ 라 답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라 답했다 한다. 일본의 전국시대, 각지의 영주들이 절대 권력을 갖기 위해 패권을 다투고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 민생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오와리의 바보’라 불리우던 젊은 영주 오다 노부나가는 정국을 꿰뚫는 날카로운 눈과 파격적인 인사 기용법, 그리고 자신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투법으로 승승장구하며 ‘마왕 노부나가’로 불리 우며 단숨에 패권을 다투는 위치로 떠오른다. 온 힘을 다해 혼란의 전국시대를 살아간 세 명의 풍운아의 삶은 일본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 중 하나다. ‘천하의 주인’을 결정한 ‘세키가하라 전투’를 절정으로 전국시대 세 명의 풍운아가 천하를 통일해가는 전후과정에는 역사의 격동기를 힘차게 헤쳐나간 난세의 영웅들과 숭고한 순교자들이 등장하며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 또한 매우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수많은 작가들은 상상력을 개입시키기에 충분한 이 시대를 무대로 많은 작품들을 창작했을 것이다. 이 세 명의 풍운아는 동등한 위치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원래 ‘마왕 노부나가’로 불리던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통일에 대한 대부분의 기반을 갖추어놓고 꿈을 이루기 직전 자신의 오른팔인 가신 아케치 미츠히데의 배신으로 암살당한 후, 노부나가의 신발을 담당하던 노비에서부터 가장 신임 받는 무장의 위치에 오른 아케치 미츠히데의 라이벌 ‘원숭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하고 관백의 위치에 오르지만 오랜 세월 권좌를 유지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결국 오다 노부나가와 동맹을 맺고 오랜 세월 뒤에서 조력해왔던 도쿠카와 이에야스의 동군이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히데요시의 심복, 이시다 미츠나리의 서군을 물리치고 그 뒤 400여 년 동안 일본을 통치하는 도쿠카와 막부를 세운다. 따라서 일본통일에 대한 역사는 ‘오다 노부나가’라는 인물에서부터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도쿠카와 이에야스도 결국은 오다 노부나가의 사람이었으며 당시 전국시대 최강으로 불리던 강병들의 양성부터 신무기 총포를 개량하여 철포대를 조직해 막강한 적 기병대를 쓸어버렸던 것도 다 오다 노부나가의 업적인 것이다. 너무도 파격적이어서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던 오다 노부나가는 그 불같은 성격과 잔인한 성품 때문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적도 많았다. 그는 타협하기보다는 충돌을 선택하는 타입이었고 기다리기보다는 움직이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적으로도 오다 노부나가를 가슴 깊이 존경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그 미천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중용한 경우만 보더라도 그가 시대의 기준과는 아주 다른 가치관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삼국지의 영웅 중 ‘파격의 제왕’ 조조 맹덕을 보는 듯하다. 작가인 이케가미 료이치는 ‘크라잉 프리맨’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거장으로 그 뛰어난 작화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너무 일본인의 관점에서만 기술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그 역사를 잘 모르는 우리로서는 내용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거친 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