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 검도불패
‘내일의 죠’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만화의 거장 치바 테츠야의 ‘열풍 검도불패’는 전국 각지를 떠돌며 보물을 찾아다니는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야성의 감으로만 살아가는 소년 강철이 우연한 계기를 통해 검도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로 작가의 명성에...
2007-03-29
석재정
‘내일의 죠’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만화의 거장 치바 테츠야의 ‘열풍 검도불패’는 전국 각지를 떠돌며 보물을 찾아다니는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야성의 감으로만 살아가는 소년 강철이 우연한 계기를 통해 검도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로 작가의 명성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만화다. 주인공인 강철은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한 마리 늑대 같은 소년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술, 담배, 도박을 즐기며 세상 어느 것에도 속박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지나치다 못해 방탕하고 거친 성격으로 또래의 아이들하고는 전혀 어울리질 못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국 각지를 떠돌며 산에서 생활해 온 탓에 몸놀림이 마치 맹수 같으며 누구에게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강한 승부욕까지 있어 어쩌다가 시비라도 붙게 되면 어른들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행패를 부려서라도 기어코 이기려한다. 어찌 보면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이라 할 수 있다. ‘내일의 죠’의 주인공 야부키 죠에게도 강철과 같은 면이 상당히 많이 보이는데,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는, 비정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남자인 야부키 죠 역시 돈도, 명예도, 사랑도 아무 것도 없는 메마른 삶속에서 오직 하나 자신의 두 주먹만으로 세상에 도전하며 자신을 옥죄어 오는 주박을 끊어 자유를 획득하려는 강한 열망을 지닌 존재다. 야부키 죠의 어릴 적 모습 같은 이 만화의 주인공 강철은 독자층이 ‘내일의 죠’에 비해 다소 어린 소년들이었는지, 그나마 강철의 순수함과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 작가가 노력한 흔적이 읽어가는 내내 역력히 느껴진다. 이러한 주인공간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명작의 반열에 올라선 ‘내일의 죠’에 비해 이 만화를 범작이라 평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기승전결이 혼란스럽다는 것에 있다. 이 작품을 읽어가는 내내 느꼈던 것은 이것이 보물찾기를 소재로 한 모험 만화인지, 아니면 검도를 소재로 하는 스포츠 만화인지, 아니면 사랑과 우정, 가족 간의 관계를 그려낸 청춘만화인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 관록으로 그나마 개성강한 조연들을 탁월하게 구축해 준 덕분에 어찌 어찌 끝까지 읽어나가기는 했지만 아무리 인물들의 개성이 독특하고 대결구도 특유의 긴장감이 있다하더라도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모를 목표를 상실한 작품은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실제의 생활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야 무엇 하나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고 모든 것이 뭉뚱그려져 있어 방황하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만화라고 하는 것은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가상의 이야기인 것인데 결론이 혼란스럽고 생뚱맞으면 어느 독자라도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철이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에서 큰 사고를 치고 엄청난 집안의 손자였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 명문학교에 다니게 되는 과정 속에서 사회의 시스템과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키는 강철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마도 작가는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소년 강철을 통해 자신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거침없이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