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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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Touch)

어릴 적부터 바로 옆집에 살며 남매처럼 지내온 일란성 쌍둥이 카즈야, 타츠야 형제와 미나미를 위해 부모님들은 마당 한 가운데에 그들만의 공부방을 지어준다. 동생인 카즈야가 성적 우수, 품행방정하고 특히 야구에 있어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주의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2007-03-28 장헌길
어릴 적부터 바로 옆집에 살며 남매처럼 지내온 일란성 쌍둥이 카즈야, 타츠야 형제와 미나미를 위해 부모님들은 마당 한 가운데에 그들만의 공부방을 지어준다. 동생인 카즈야가 성적 우수, 품행방정하고 특히 야구에 있어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주의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우등생인데 반해 외모로서는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 쌍둥이 형 타츠야는 성적도, 품행도, 운동도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그저 야한 책이나 보는 게 낙인 소년이다. 이 너무도 다른 형제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빼어난 미모와 활달하고 자상한 성격으로 남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소녀 미나미의 존재로 그녀의 꿈은 갑자원에 가보는 것이다.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느낌은 아마 청량감과 아련함일 것이다. 보는 내내 몰입하게 하는 탁월한 연출도 연출이지만 마지막 권의 책장을 덮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청량감과 함께 묘하게 가슴 한곳이 저려오는 아련한 슬픔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아다치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이 정서를 청춘의 느낌이라고 표현한다면 너무 감상적인 것일까. 아다치 미츠루의 특기는 일단 ‘야구’를 소재로 한, 그것도 항상 프로야구가 아닌 고교야구, ‘갑자원’을 목표로 한 청춘물에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재미와 여운을 준다는 것이다. 사랑과 우정이 미묘하게 교차되며 엇갈리던 인물간의 관계가 갑자원의 뜨거운 여름을 계기로 질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아다치의 주된 연출방식인데 이 분야에 관해서는 거의 일가(一家)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물들의 미묘한 관계를 바탕으로 매 회마다 감정을 조금씩 쌓아나가지만 결코 심각하거나 어렵지 않으며,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항상 코믹하게 풀어나감으로써 웃고 즐거워하던 독자들이 방심한 순간, 갑자기 목에 칼날을 들이대듯 애잔한 느낌을 주는 연출방식은 아다치 미츠루만이 쓸 수 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매 회마다 조금씩 쌓여가던 인물들의 감정은 회를 거듭할수록 차츰차츰 두터워져가고 두터워져 가는 감정이 폭발하려 하는 순간, 사소한 오해나 미묘한 엇갈림을 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안타까움의 극치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 또한 얄미울 정도로 탁월하다. 이런 방식의 연출법으로 진행되던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작품 전반에 걸쳐 많아야 두, 세 번, 어떤 때는 딱 한 번, 감정의 결말 또는 진실을 암시처럼 알려주는데 이때 독자가 느끼게 되는 아련한 슬픔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 이런 형식의 아다치 미츠루 연출법에 한번 중독되기 시작하면 작품 속에서 헤어 나오기 정말 힘들 정도로 그의 천재성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우에스기 타츠야는 아사쿠라 미나미를 사랑합니다.” ‘터치’가 아다치의 다른 작품들과 확실하게 차별되는 지점은 26권의 긴 사랑이야기를 끝맺는 완벽한 결말, 타츠야의 고백에 있다. 아다치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잘 보여 지지 않는 이 확실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은 이 작품을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독자의 가슴에 선명한 방점을 찍어줌으로서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