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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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전사 가이버 (GUYVER)

인류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심오한 SF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탄생한 만화 “가이버”는 1985년 “소년캡틴”(덕간서점에서 창간된 월간 소년만화잡지로 97년 2월호 부로 휴간)창간호부터 연재가 시작된 지 어언 2...

2007-03-30 석재정
인류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심오한 SF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탄생한 만화 “가이버”는 1985년 “소년캡틴”(덕간서점에서 창간된 월간 소년만화잡지로 97년 2월호 부로 휴간)창간호부터 연재가 시작된 지 어언 20여년(연재중간 잡지 휴간으로 인한 연재잡지 변경으로 중단기간이 있지만)이 지났지만 아직도 끝이 나지 않은, SF장르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이다. 작가인 다카야 요시키를 미야자키 하야오보다도 먼저 헐리우드에 진출시킨 이 만화는 미국에서 91년 "GUYVER THE MOVIE"와 94년 속편 "GUYBER /DARK HERO"로 두 번에 걸쳐 본격 실사영화로 제작되어 극장에 개봉되면서 당시에는 아직 드물었던 “일본만화의 헐리우드 영화화”라는 이슈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아주 먼 옛날, 천공의 저편에서 지구에 도착한 외계종족은 그들 스스로를 ‘강림자’라 부르며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병기’로서의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모종의 실험을 시작했다. 지구의 환경을 실험의 필요에 따라 바꾸어가며 원생생물로 시작하여 거대한 공룡으로 대표되는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오던 그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명령에 대응할 수 있는 높은 지능과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강인한 육체 그리고 왕성한 투쟁본능을 가진 최고의 소재’ 즉, 인류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병기로서의 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강림자들의 수 만년에 걸친 실험이 거의 종국에 다다른 것이다. 최적의 소재를 만들어낸 그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류라는 소재에 용도별로 강화된 기능을 가진 생물들을 결합시킨 ‘조아노이드’라는 전투생물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조아노이드 군단을 조정하고 통솔하는 최강의 존재 ‘조아로드’ 알칸펠을 만들어낸다. 프로젝트의 완결이 다가옴에 따라 알칸펠에게 자신들의 목적을 설명하고 교육시키던 강림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실험을 하나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표준규격장비이자 갑옷의 역할을 하는 ‘강식장갑 G-유니트’를 인류라는 소재에게 착용시켜보는 것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강식장갑을 착용한 인류는 강림자들이 착용했을 때보다 수십, 수백 배의 파괴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인류라는 소재의 중대한 결함 또한 같이 발견되어버린다. 그것은 강식장갑을 착용한 인간에게는 강림자들의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아 제어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것으로, 병기로서의 통제력을 잃은 그들은 마침내 폭주하여 창조주인 강림자들마저 공격하게 되고 그 위력에 놀란 강림자들은 알칸펠에게 강식장갑을 강제로 해제시키는 장비 “G-REMOVER"를 착용시켜 겨우겨우 막아낸다. 이 실험의 의외의 결과에 너무나 놀란 강림자들은 인류라는 소재 자체에 자신들의 명령을 거부하는 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추가연구를 통해 발견하게 되고 결국 수 만년에 걸친 자신들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하며 지구를 떠나려 한다. 떠나려하는 강림자들에게 알칸펠은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지만 “제어할 수 없는 병기는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병기가 아니다, 너희들은 규격외품이다”라는 냉정한 말과 함께 거대한 소행성을 소환하여 지구라는 혹성 자체를 소멸하려한다. 주인에 대한 배신감과 주인에 대한 경외심이 충돌하며 존재 자체의 아노미 상태에 빠진 알칸펠은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하여 지구로 돌진하는 소혹성을 파괴하지만 온 몸의 에너지를 써버린 탓에 깊은 잠에 빠진다. 알칸펠의 힘으로 살아남은 인류와 몇몇 조아노이드들은 자신들을 대재앙에서 구하고 깊은 잠에 빠진 알칸펠을 위해 신전을 짓고 숭상하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바로 ‘구세주’ 전설이며 살아남은 조아노이드들과 인류가 교배하여 탄생한 새로운 생명체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늑대인간, 인어, 반인반마 등의 전설이 된 것이다. 이 작품이 품고 있는 거대한 세계관과 치밀한 스토리는 이것이 과연 20년 전의 상상력일까? 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인류’라는 것의 근원에 대한 상상력과 SF장르에 기반을 둔 심오한 설정들이 현재의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본격적인 스토리와 결합하면서 만화의 박진감과 드라마를 훌륭히 양립시켜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강림자(우라노스)들에게 언젠가 돌아가기 위해, 거대한 생체 우주선 ‘방주’를 만들고 자신의 힘을 나누어준 12신장이라 불리는 조아로드들과 함께 ‘크로노스’라는 비밀결사를 만들어낸 ‘알칸펠’과 우연한 계기로 지구에 남겨진 강림자들의 G-유니트를 착용하게 되어 ‘가이버’라 불리는 규격외품 병기가 되어버린 고교생 쇼우와의 대결구도는 작품을 읽어가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크로노스’와 ‘가이버’라는 큰 축 이외에도 생물병기 ‘엡톰’, 자신의 야망을 위해 마지막 남은 G-유니트를 착용하고 다크 가이버로 변한 야기토, 각각의 특수능력을 가진 12신장 조아로드, 더 강한 힘을 원하는 주인을 위해 기간틱(GIGANTIC) 가이버로 진화한 G-유니트 등 SF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소재와 설정들이 녹아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하고 치밀한 그림체가 결합되어 궁극의 재미로 펼쳐지는 ‘가이버’는 마치 ‘진정한 SF만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만화의 산 정상에서 호령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