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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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오

일본 만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 ‘하나오’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버리지 않는, 소년 같은 아버지 하나오와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영악한, 아저씨 같은 아들 시게오의 이야기다. 일종의 버디무비(Buddy Movie)라...

2006-12-24 박현수
일본 만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 ‘하나오’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버리지 않는, 소년 같은 아버지 하나오와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영악한, 아저씨 같은 아들 시게오의 이야기다. 일종의 버디무비(Buddy Movie)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이 작품은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에게 뛰어난 연출과 입체감 넘치는 그림으로 천재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작품을 읽어가는 재미를 독자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천재의 구성방식은 아주 간명하면서도 잡다한, 서로 이질적인 두 개의 코드를 한 장면 안에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기이한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나 컷 속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비유들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익숙한 코드들이며 “거인군의 4번 타자”가 꿈인 하나오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가장 훌륭한 점은 역시나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만화가 강도하는 ‘하나오’를 총평하며 이렇게 말한다. “진화되지 않는 아버지 하나오와, 진화되고 있는 아들 시게오의 살 냄새 폴폴 나는 낙서화(落書畵)” 오직 야구만이 삶의 기쁨이고 언젠가는 거인군의 4번 타자로서 도쿄돔에 서겠다는 꿈을 안고 오늘도 열심히 훈련하며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평면적인 인간, 하나오와 안정된 미래를 생각하며 학원에 갈 계획을 세우며 전망 있는 직업을 택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수직적인 인간, 시게오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부자(父子)이다. 하지만 이 이질적인 캐릭터들은 작가가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에피소드 속에서 서로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며 어느 틈엔가 서로를 가슴깊이 이해하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마술 같은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작품의 결말에서 독자들이 가슴 벅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는 작가가 미리미리 장난치듯 안배해놓은 수많은 과정과 코드들이 겹겹이 쌓여서 양질전화(量質轉化)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하나오와 시게오가 점차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독자들은 어느새 주인공들에게 완전히 일체화되어버린다. 독자들이 작가의 마술에 걸려드는 것이다. “사정이 있어 아빠는 너와 헤어져 살게 되었단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반드시 자이언츠의 선수가 되어 너를 찾으러 올 테니까” 이 작품의 키포인트는 만화의 마지막부분에서 일어나는 반전의 묘미에 있다. 동네야구선수인줄만 알았던 하나오에게 프로야구 스카우터들이 하나 둘 찾아오고 종국에 가서 하나오의 꿈인 “자이언츠의 4번 타자, 등번호 3번”이 실현되는 모습은 읽는 이에게 엄청난 반전의 묘미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런 하나오에게 ‘사다하루 호’를 타고 도쿄돔으로 달려가는 시게오의 모습에서 가슴 한 구석이 찡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차갑냐, 시게오?! 그게 바로 바다다!! 그 느낌이 중요한 거다.” 여름방학 동안 자신과 지내는 것 때문에 불만이 가득 차 시니컬한 애늙은이 흉내를 내는 시게오에게 하나오는 말한다. “네가 하는 말은 다 빈 쭉정이야, 이치만 내세웠지 알맹이가 없어” 그리고 하나오는 시게오를 데리고 바다로 간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서서 하나오는 시게오에게 소리친다. “차갑냐, 시게오?! 그게 바로 바다다!! 그 느낌이 중요한 거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