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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맨

박산하의 『미들맨』은 1995년에 에 연재된 스포츠만화다. 작가는 1992년에 년에 에 연재된 『진짜 사나이』로 데뷔해 1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성공을 거둔 것을 유명하다. 이 작품이 1995년에 5권짜리 단행본으로 처음 나왔다가 2003년 4권 완전판의 형태로 다...

2005-08-17 이승남
박산하의 『미들맨』은 1995년에 <아이큐점프>에 연재된 스포츠만화다. 작가는 1992년에 년에 <아이큐점프>에 연재된 『진짜 사나이』로 데뷔해 1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성공을 거둔 것을 유명하다. 이 작품이 1995년에 5권짜리 단행본으로 처음 나왔다가 2003년 4권 완전판의 형태로 다시 출간된 것은 복간작의 유행과 월드컵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야기는 주인공 견인차가 과격한 행동으로 몰수패를 당하면서 축구부에서 쫓겨난 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축구를 포기하고 고려고에 입학한 견인차는 금이라는 여학생의 권유로 축구부에 가입한다. 고려고 축구부는 8년 전 전국대회 우승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못 내고 해체 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신입생인 기대주와 견인차, 2학년 허기진을 주축으로 막강한 공격진을 구성한다. 전국 8강에 오른 사성고와의 연습경기에서 승리한 견인차는 라이벌인 전천후와의 대결을 기다리는 것으로 만화는 끝을 맺는다. 축구만화인 만큼 만화의 대부분은 축구시합 장면에 할애되면서 선수들의 심리, 축구에 대한 지식,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합의 분위기 등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만화 속에서 축구시합 장면은 사성고와의 연습경기 하나뿐이고 전국대회 예선전에 나가는 장면에서 만화가 완결됨으로써 허술하게 끝난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것은 잡지연재의 단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잡지연재작은 매주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이야기의 전개 속도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거나 기존 인물의 설정을 달리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기작 이외에는 조기에 종결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일본식 PD 시스템을 도입해서 기획된 만화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데, 이 작품은 박산하의 초기작으로 <아이큐점프>에서 한참 일본식 잡지시스템을 도입하여 재미를 보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즉 일본만화의 흐름을 따라 만들어진 기획 작품인 것이다. 이 작품이 일본만화의 흐름을 따라하고 있다는 느낌은 우선 그림체에서 볼 수 있다. 박산하의 처음 데뷔작인 『진짜 사나이』는 그 당시 인기 있었던 일본의 학원폭력물 『상남 2인조』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모방한 것이다. 장르와 캐릭터, 그림체, 스토리의 모방은 두 번째 작품인 『미들맨』에서도 드러난다. 이 작품은 당시 최고의 인기작이었던 『슬램덩크』를 모방하여 축구만화의 형식으로 바꾼 것이다. 우선 주인공 견인차는 외모와 성격이 강백호와 유사하다. 금이가 견인차의 재능을 알아보고 축구부에 가입을 권유한다는 설정도 비슷하다. 축구부원들의 설정을 보면 거의 『슬램덩크』와 비슷하다. 과묵하고 성실하며 견인차의 기강을 잡는 주장 모형도는 채치수, 견인차를 무시하는 축구 천재 1학년 기대주는 서태웅, 축구부를 떠났다가 돌아온 2학년 허기주는 정대만을 연상시킨다. 트레이너인 윤이나는 『슬램덩크』에서 이한나의 역할과 똑같다. 『미들맨』은 그림체, 캐릭터 설정, 도입의 스토리, 칸의 연출장면 등에서 일본만화를 모방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박산하는 이후의 작품에서 일본만화를 모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갔다. 좋은 작가란 모방에서 창조의 단계로 가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박산하의 과도기적 단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