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자 뎐
영화 『스위치』에서 수많은 여자들을 울리던 바람둥이는 하루아침에 여자가 돼 과거 자신이 했던 것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여자의 몸으로 별별 일을 다 겪으면서 마침내 과거의 생활을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바람둥이를 벌주는 최고의 방법은 ‘...
2005-08-16
김경임
영화 『스위치』에서 수많은 여자들을 울리던 바람둥이는 하루아침에 여자가 돼 과거 자신이 했던 것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여자의 몸으로 별별 일을 다 겪으면서 마침내 과거의 생활을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바람둥이를 벌주는 최고의 방법은 ‘당한 만큼 당하게 하라’인 셈이다. 만화 『명태자 뎐』도 천상계 최대 바람둥이인 명태자의 갱생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다. 옥황상제의 아들 명은 알아주는 바람둥이다. 1000명의 여자친구를 뒤로 하고 1001번째 여자친구와 사랑을 약속하는 찰나 갑작스럽게 소환 당한다. 그간 그와의 스캔들로 상처받은 여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자 옥황상제는 특단을 내리기로 결심한다. 명은 몸이 남자와 여자로 나뉜 채 인간세상으로 쫓겨난다. 자신의 분신들이 진정한 사랑으로 맺어져야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된다는 것. 선인으로서의 능력을 모두 빼앗기고 혼령만 남게 된 명은 이때부터 사랑의 메신저로 고군분투하게 된다. 『명태자 뎐』은 전통적인 제목만큼이나 고전적인 레퍼토리로 독자들을 끌어 모은다. 한마디로 화려했던 바람둥이가 과거의 생활을 청산하고 눈물 섞인 참회를 거쳐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내용이다. 물론 반대세력의 방해공작이 가미돼 적당한 대결구도가 펼쳐지지만 예외 없이 해피엔딩으로 흘러간다. 익숙한 소재와 줄거리로 친근함은 확보했지만 영악한 독자들을 붙잡기에는 2 부족하다. 결정적인 요인은 에이스 부재에 있다. 화려한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볼륨감을 높여주는 것이 개성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작품을 끌어가는 주인공이 어떻게 반짝이느냐에 따라 독자의 호감도는 급상승하기도 하고 절대영도로 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명태자 뎐』에 나오는 주인공의 매력지수는 ‘글쎄올시다’다. 바람둥이라는 화려한 프로필에 걸 맞는 스타성이 없는 게 사실이다. 줄거리를 따라 움직이고는 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때문에 그의 고뇌는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주변만을 맴돌고 있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말투와 예측 가능한 행동으로 평범한 조연역할을 해낼 따름이다. 물론 『명태자 뎐』이 작가 최경아의 초기작품이라는 점에서 작품 진행의 서투름이나 엉성함은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다. 때론 새내기다운 풋풋함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갔는데도 무난한 맛의 해물탕을 먹는 기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꼽으라면 사람의 마음을 갖는 일이 아닐까. 우선 움직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전설 속의 장사 헤라클레스나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아틀란티스가 나선다 하더라도 만만찮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인다는 것일까. 이런 점에서 손쉽게 여심을 까닥거리는 바람둥이들의 재주는 놀랍기도 하다. 달콤한 말 한마디, 몸짓 몇 가지면 오케이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쓸데없이 많으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했다. 아무리 수십 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를 찾기란 힘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