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천사
어디서나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닭들 틈에 섞인 고고한 한 마리 학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다. 머리, 몸통, 팔다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같은 조합으로 이뤄진 생명체이건만 유독 두드러진 존재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명물로 범인들에게 경외감과 콤플렉스...
2005-08-12
김경임
어디서나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닭들 틈에 섞인 고고한 한 마리 학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다. 머리, 몸통, 팔다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같은 조합으로 이뤄진 생명체이건만 유독 두드러진 존재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명물로 범인들에게 경외감과 콤플렉스를 동시에 안겨주는가 하면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별’로써 우리에게 빛을 안겨주곤 한다. 사실 학창시절은 이런 스타가 한 명쯤 있어야 구색이 갖춰지는 것이 아닐까. 만화 「건방진 천사」는 모든 학생들이 선망하는 미소녀와 그의 추종자들이 등장하는 학원 코믹물이다. ‘미소녀’ 부분에 당연히 방점이 찍혀야 하겠지만 아쉽게도 큰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주인공 메구미는 ‘예쁘다’를 제외하고는 작품 전체 분위기인 개그에 묻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전학 온 메구미는 천사 같은 외모로 학생은 물론 선생님들까지도 사로잡는다. 일주일 만에 그녀를 사랑하는 남학생들의 사모임이 결성되고 악의 화신으로 소문난 터프한 학생 겐조는 선두에 서서 그녀에게 구애를 펼친다. 하지만 그녀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었다. 사실은 남자였다는 것. 메구미의 고백에 따르면 어릴 적 만난 마법사의 심술로 남자에서 여자로 변한 뒤 계속해서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를 흠모하는 남학생들은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굳게 믿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추종자들은 마법사 수색대로 거듭나고 이야기는 개그의 소용돌이로 전진한다. 작가의 이름을 힐끗 봤다면 짐작하겠지만 이야기의 99 퍼센트 코미디다. 니시모리 히로유키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이다. 전작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선보인 감각은 「건방진 천사」에서 빛을 발했고 최근작 「도시로올시다!」에서는 한층 더 노련해졌다. 한마디로 웃기는 재주가 탁월하다. 극소수에 불과한 엉뚱한 사람들, 개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괴짜들을 그려내는데 넘버원이다. 특히 「건방진 천사」에서 메구미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스스로 인정하듯 평범과는 거리가 먼 종족들이다. 귀여움을 인형 탈로 보여주는 겐조, ‘징기스칸은 몽골류’라는 주문으로 거울놀이 하는 코바야시, 스토커로 정체성을 확인하는 안경군, 어떻게 해도 변태로 찍히는 비운의 사나이 등은 인류의 다양성을 실감케 한다.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메구미도 다르지 않다. 그녀는 3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달리는 지하철에서 사뿐히 뛰어내리는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는가 하면 요리에 저글링을 접목하는 알 수 없는 여심의 소유자다. 「건방진 천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참으로 건방진 천사의 이야기다. 외모면 외모, 개그면 개그, 격투기면 격투기 모든 것을 소화해내는데 어찌 겸손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세상에는 나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른 정신세계를 알고 싶은가. 건방진 천사씨를 찾아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