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만화 - 맹꽁이 서당
윤승운 만화가 61년 데뷔부터 시작해 무려 35년이 넘게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윤승운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다른 만화의 개성적인 주인공들처럼 캐릭터 스스로 스타가 되고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모습으로 보편화되면서 동질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윤승운 만화는 형식적 혹은 구성적 측면에서 형성되는 동질감뿐만이 아니라 내용 전개에 있어서도 다양한 기호들을 배치해 동질감을 형성해 나갔다. 역사만화를 제외한 모든 작품의 주인공은
2001-07-01
박인하
윤승운 만화가 61년 데뷔부터 시작해 무려 35년이 넘게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윤승운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다른 만화의 개성적인 주인공들처럼 캐릭터 스스로 스타가 되고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모습으로 보편화되면서 동질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윤승운 만화는 형식적 혹은 구성적 측면에서 형성되는 동질감뿐만이 아니라 내용 전개에 있어서도 다양한 기호들을 배치해 동질감을 형성해 나갔다. 역사만화를 제외한 모든 작품의 주인공은 말썽꾸러기 어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말썽꾸러기 어린이들은 당대의 어린이들이 가졌던 짜여진 일상의 일탈을 대변했다. 수업시간을 빠지고 놀러가는 일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평번함 보통 어린이들은 윤승운 만화의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태연스럽게 수업시간을 빠지는 것에 대해 환호했다. 또한 어린이들이 빠져들고 호기심을 갖을 수 밖에 없는 문화적 기호들을 작품에 배치했다. 발명과 탐험이 그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반수 이상은 탐험가와 과학자, 발명가를 꼽는다. 탐험과 과학, 발명 등은 새로움에 대한 어린이들의 동경을 상징한다. 그들은 새로운 경험을 즐기며 그것에 매료된다. 윤승운의 작품이 가장 확실하게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작품 <두심이 표류기>와 <요철 발명왕>은 어린이들의 그러한 요구를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다.
그런데 80년대에 접어들자 상황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대중문화는 위세를 떨치며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 대중문화 스타는 어린이들에게서도 스타가 되었다. 만화에도 경쟁매체가 등장한 것이다. 가요, 영화, 오락실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가 만화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대중문화 스타의 브로마이드는 어린이들 빈 공책에 그려진 만화 주인공을 몰아 내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대중문화 스타를 동경하게 되었다. 동질감은 중요한 고려 대상에서 서서히 밀려났다. 어린이들은 동질감보다는 스타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선호하게 되었다. 결국 만화의 주인공도 변화했다. 친근한 동질감의 윤승운 캐릭터는 밀려나고 동경의 대상인 손오공이 등장했다.
이 시기 윤승운은 중요한 변신을 한다. 말썽꾸러기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내용적 동질성의 추구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구수한 옛 이야기의 사설을 대치시켰다. <맹꽁이 서당>이 변신의 첫 단추를 끼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맹꽁이 서당을 배경으로 말썽꾸러기 학동들을 등장시켰다. 학동들의 지상목표는 글공부 하지 않고 노는 것. 늘 그들의 말썽으로 골머리를 썩히면서 훈장은 학동들에게 선대임금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12페이지 분량의 한회 연재분에 맹꽁이 서당 학동들의 말썽과 선대임금 이야기가 약 5:5의 분량으로 배치되어 있다. <맹꽁이 서당>은 <두심이 표류기> 혹은 <요철 발명왕>이 갖는 특징과 <겨레의 인걸>이 갖는 특징을 거의 동일한 분량으로 보여주고 있다. <맹꽁이 서당>은 이후 윤승운 만화의 변화를 예비하며 이전 윤승운 만화의 특성도 고스란히 보여주는 중간적 작품으로 위치지워질 수 있다.
정리하자면 <맹꽁이 서당>은 저자 윤승운이 작품의 주 독자층인 어린이와 교류되는 동질감 즉, 공부하기 싫고 놀고 싶다는 어린이들의 슬로건을 포기하지 않고 거기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사설을 결합시킨 작품인 것이다. 말썽꾸러기 학동들의 모습은 독자의 모습이고, 학동들의 말썽을 묵묵히 감수해 내는 훈장은 저자의 모습이다. <맹꽁이 서당>의 독자들은 서당 학동들의 수많은 말썽에 대해 동참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동시에 윤승운이 애정을 갖고 구수하게 이야기하는 옛날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맹꽁이 서당>에서의 5:5로 배분한 역사 이야기가 성공적인 반응을 얻게 되자 저자는 본격적인 역사만화로 전환하게 된다. 여러 기관에서 좋은 만화로 상을 받고 추천된 <겨레의 인걸> 시리즈를 통해 본격 역사만화를 시도한다. <겨레의 인걸>은 <맹꽁이 서당>이 잡으려 했던 두 마리의 토끼중 한 마리는 추격을 포기하고 한 마리만 확실히 잡기로 마음 먹은 작품이다. <맹꽁이 서당>에서 보여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동들의 말썽과 그 말썽을 감수하는 훈장님의 자리는 사라지고 처음부터 역사적 인물만 등장한다. 이런 새로운 형식의 실험이 녹아들어 있는 만화가 <맹꽁이 서당>이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맹꽁이 서당>은 발표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이사장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
前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정책그룹 부총장